<전시리뷰>관훈갤러리 '박소영전' - 이분법적 세계관 보여주는 조형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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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분법적 세계관 보여주는 조형언어 관훈갤러리 박소영전 지난 95년 서울 선재미술관에서 열렸던'싹'전과 동아갤러리의'이 작가를 주목한다'등의 그룹전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젊은 작가 박소영(36).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미술대학에서 공부한 색다른 표현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관훈갤러리(02-733-6469) 2개의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박소영전'(6일까지)에서는 최근 변모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들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이분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이는 작가가 인식하고 있는 편견에 가득찬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얼핏보기에는 동일한 재료들을 반복 나열해 놓은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명확히 대조되는 두 속성이 한 작품안에 들어있다.

첫번째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납으로 만든 조각'에서는 이점이 분명하다.직육면체 두개를 포개놓은 모양의 납덩어리 15개가 전시장 바닥에 3열로 가지런히 들어차 있다.한번 휙 돌아보면 무의미한 반복,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쥐색 납덩어리속에'기쁨-슬픔''검소-사치''청렴-부패'등 대비를 이루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완전히 반대되는 뜻임에도 하나의 몸체안에 연결돼 있는 것.우리가 살고있는 세상 역시 바로 이렇다.

이 작업앞에 걸려있는 작품'두 개의 사진'은 다른 의미에서의 이분법적 구조를 보여준다.하나의 사진은 신체 각 부분의 명칭을 적고 있고 또다른 사진에서는 이 기관들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을 적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전시실에서 보여지는'하얀 붕대'에서도 이러한 재미있는 대비를 볼 수 있다.실제로 작업에 사용한 도구가 그려진 작은 액자와 흰 붕대로 날카로운 날을 감은 실제 공구를 나란히 보여주는 작업인데 이는 폭력적인 속성과 이를 치유하는 평화의 이미지를 한번에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는 것은 작품'공통분모'다.다섯개의 흰색 상자가 뚜껑이 열린채 벽에 매달려 있다.그 안에는 각각 냄비.조개.깔대기.접시.새대가리가 명패와 함께 들어있다.

'공통분모'라는 제목에서 쉽게 알 수 있듯 이는 모두 여성을 비하해 표현하는 말들.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에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박소영 '납으로 만든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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