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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열 ‘미디어법 갈등’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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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설가 이문열(61·사진)씨가 6일 “지난 1년 동안 (진보 진영에서) 맹렬하게 한 것은 대선 불복종” “지난 10년 동안의 신(新)기득권층이 (권력의) 그 단것을 놓치기 싫어 반발하는 것”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서다.

이씨는 요즘의 보수와 진보에 대해 “양측 모두 깊이 병들었다”고 진단했다. 먼저 보수 진영을 겨냥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보수의 반발 중에는 잃어버린 기득권에 대한 향수나 아쉬움이 작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정권’을 잃어버린 진보 진영은 어떤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불거진 촛불시위 등은 ‘대선 불복종’이며 ‘기득권 사수 싸움’이란 것이다. 이씨는 이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보수·진보 진영 모두 기득권 유지가 목적이면서 여기에 온갖 자기 주장을 덧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2001년 자신의 ‘홍위병 발언’에 대해 지금도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적극 옹호한 시민단체들을 비판했다. 이씨는 “그때 그 홍위병들이 각 분야의 권력 핵심에 들어가 재미를 보다가 이제 내놓게 되니까 각 분야에서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법 개정안’을 놓고 대치 중인 국회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고 언론이고 뭐 사수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지난 10년 재미를 본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10년 동안 소위 보수 쪽에서도 저런 기득권 상실에 대한 불만·불평이 있었던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무턱대고 동조한 거 아닌가”라는 말로 비난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

이씨는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에 나오는 걸 보면 꼭 당연하게 폐기돼 있고 전 국민이 반대하는 걸로 간주된다”고 지적하며 언제 대운하 사업이 폐기됐느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말밖에 한 게 없다는 것이다. ▶대운하 공약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인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묻기라도 했는지 ▶폐기됐다면 정부는 공약을 지지한 이들에게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면 그게 공식적인 게 되는 게 겁나기도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념 논쟁의 살얼음판에서 그의 발언은 아슬아슬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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