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한 자식 보다는 행복한 자녀 키워야 - '입시와 가족스트레스'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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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곧잘'지옥'이나'전쟁'으로 비유되는 입시. 그 고통의 한가운데 서있는 수험생 가족은 입시위주 교육이 빚는 스트레스의 주범인가,아니면 희생자인가. 살기좋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토대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건강가족운동'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앙일보와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총재 黃俊植)는 지난 26일'입시와 가족스트레스'를 주제로 4월 월례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서 1백여명의 학부모들은“입시고통을 주는 당국이나 학교를 원망하고 성토하면서 전인교육을 강조하다가도 내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관련제도와 정책을 따라가고 때로는 입시중심교육을 주도해 가기도 하는 이율배반적인 내 모습이 당황스럽다”며 혼란스러운 그들의 입장을 토로했다.

고질적인'입시 스트레스'가'건강가족'에 치명적인 것은 바로 가정의 기초기능인 애정.보호.교육기능을 실종시켜 버리기 때문. 어릴때부터 입시 위주의 생활에 길들여져온 부모들은 자식에게도 같은 생활을 요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최상전이 돼버린 수험생과 가족간에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 받으며'상처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수험생 가정에서는 가족내의 대화 기회나 단란한 시간을 갖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TV시청이나 손님초대,심지어 부부의 성생활까지 지장받을 정도. 또한 버릇없거나 이기적인 수험생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교육이나 생활지도등도 입시이후로 보류되거나 아예 포기하기 일쑤다.

그런가하면 부모들의 학업에 대한 과잉기대와 공부압력이 자녀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대화단절을 불러와 청소년비행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학교교육이나 족집게과외.총정리과외등 과외열풍의 뒤에는'내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수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부모의 치맛바람이 숨어있다.

최윤진(崔胤眞.중앙대.청소년학)교수는“부모가 자녀나 사회에 주는 입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면서 부모들의 요구로 고등학교의 특별활동이나 봉사활동시간이 국.영.수등 특정 입시 교과목의 자습시간으로 대체되는가 하면 새로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나 현장활동 교육계획이 부모들의 반대에 부닥쳐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려주기도. 3시간에 걸친 이날 세미나에서 ▶학벌중심의 사회▶대학입시의 좁은 문과 획일적 선발제도의 문제점▶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부모의 욕구가 입시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주범으로 결론. 특히'부모가 경제적.정신적.육체적으로 혼신을 다해 닦달하고 밀어붙이면 자녀가 출세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 인식됐다.

입시위주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대학입학의 개방화와 학령기교육에서 평생교육체제로의 전환이 제안됐는데 참석자들은“이러한 사회체제적인 상황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들이 먼저'출세한 자녀보다 행복한 자녀로 키우겠다'는 발상전환을 해 입시에 초연한 자세를 갖도록 하자”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대화의 광장 박재황(朴在滉)실장도“학교안 경쟁체제에서 상처받은 아이를 가정에서 부모가 감싸주고 안아줘야 입시문제가 가족갈등이나 청소년비행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사진설명>

입시 스트레스는 전 가족을 멍들게 한다.'입시와 가족스트레스'를 주제로 열린 제3회 건강가족세미나에서 입시위주 교육의 대책을 논의하는 참석자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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