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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부도 영어로 일석이조 학습효과 - 영훈초등교 '이머전 교육'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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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토끼.공룡.강아지등 갖가지 동물 인형을 하나씩 손에 든 학생들이 미국인 영어교사 캐럴린 시어의 지시에 따라 동물의 이름을 영어로 말하고 있다.학생들은 이어 같은 동물이 몇마리나 되는지 역시 영어로 대답한다.

지난 25일 서울 영훈초등학교(교장 박성방)1학년 6반 교실.모두들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영어수업이 아닌 수학수업시간이다.

학생들은 숫자 개념과 함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덤으로' 영어를 익힌다.

일반 교과목을 외국어로 배우는 사이 그 외국어까지 저절로 익히도록 유도하는 이머전(immersion)교육이다.

교실 한쪽에서는 반원 35명 가운데 절반이 한국인 담임교사의 지도아래'나의 하루'를 주제로 책을 만드는 국어수업이 한창이다.

이들은 다음시간에 시어 선생님과 수학공부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영어로 뭘하든 아랑곳없이 자신의 하루생활을 적어 책으로 꾸미는 활동에 몰두한다.

“85년부터 3학년 이상 모든 학생들에게 매주 2시간씩 영어를 가르쳤지만 아무래도 부족하더군요.자체 교과서도 개발하고 어학 실습실을 만들어 사용해도 역시 아쉬움이 많았어요.일반 교과목을 영어로 지도하는 이머전교육을 도입하면 별도의 영어수업을 하지않더라도 영어까지 저절로 배울 수 있고 일반 교과목의 교육효과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기에 95년부터 2학년 수학수업을 영어로 진행해봤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된 점을 확인,올해부터 이머전교육을 더욱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박교장은 말한다.

이에 따라 1학년 6학급중 5,6반은 아예 전체 수업의 절반을 영어로 진행한다.국어.체육.바른생활.특활은 한국인 교사,수학.슬기로운 생활은 미국인 교사,미술.음악은 한국인과 미국인 교사가 공동으로 지도한다.

이밖에도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학생들은 교사 자격증을 가진 6명의 원어민 교사로부터 매주 4시간씩 주제활동 중심의 영어수업을 받는다.

“영어를 따로 배운 적도 없고 입학한지 2개월도 안된 어린이들이 원어민교사의 설명을 이해한다는게 너무 신기하군요.” 이 학교에서 보조교사로 활동하며 1학년 5반에 재학중인 딸의 수업을 지켜본 이영숙(34.서울상계동)씨는“별도의 사교육비를 들이지않고도 수준 높은 영어교육을 받고 있다”며 기뻐한다.

“강도 높은 국어 교육을 병행하는 이머전교육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6학년때까지 줄곧 이머전교육을 받은 학생과 별도시간에 영어교육을 받은 학생의 영어 실력을 비교 연구할 계획입니다.” 박교장은 선진국의 연구 결과로 미뤄볼때 6년동안 이머전교육을 받은 학생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경희 기자

<사진설명>

서울 영훈초등학교 1학년6반 학생들이 수학시간에 원어민 교사의 지시에 따라 손에 들고있는 동물의 이름과 몇마리인지를 영어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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