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민방관련 금품수수 - 검찰, 업체 선정과정 거액수뢰 혐의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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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검 중수부(沈在淪검사장)는 26일 김현철(金賢哲)씨가 인천.대전.부산.광주등 4개도시 민방업체 선정작업때 사실상 내락을 통보받았던 부산의 자유건설을 제치고 한창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김현철씨도 25일의 국회 청문회에서 민방 사업자 발표 1개월뒤인 94년 9월 서울 모호텔에서 ㈜심우 대표 박태중(朴泰重)씨와 함께 한창 경영진을 만난 사실을 시인했었다.

검찰은 이미 한창 관계자의 소환조사에서 현철씨가 94,95년 두차례 한창 경영진과 만난 사실을 밝혀냈으며 다른 지역의 민방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로부터도 현철씨가 박태중씨등 대리인을 통해 돈을 받은 혐의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자유건설 관계자는 25일“94년7월 공보처 간부가'자유건설이 부산지역 방송 사업권을 따도록 돼 있으니 경쟁업체인 한창측에 지분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제의해 선정되는줄 확신했었다”고 밝혀 현철씨 개입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또“먼저 한창측이 발표 수개월전 대세가 기울었음을 인정하고 경쟁을 포기하는 대신 컨소시엄에서 일정비율의 지분을 요청해 이를 승낙해놓은 상태였으나 발표 당일 탈락 사실을 알게돼 뭔가 내막이 있는 것으로 짐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철씨가 사업자 선정 직전인 94년 8월초 청와대측에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제시하며“자유건설 정주영(鄭珠永)회장과 아버지의 오랜 친분관계가 널리 알려져 그쪽에 민방 사업권을 주면 정권차원의 부담이 된다”며 한창에 주도록 주장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 부분도 수사하고 있다.

자유건설 鄭회장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야당시절부터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공보처 관계자는“현철씨측이 민방 사업자 선정작업이 끝난뒤 마치 자신이 봐준 것처럼 생색을 냈을지 모르나 선정과정에는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할 소지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한창측도 “사업자로 선정된지 1개월여가 지난뒤 박태중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현철씨를 만난 일은 있으나 사업자 선정전 현철씨나 그 측근들을 만나 로비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점수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서경석(徐京錫)전 경실련 사무총장은 “심사위원들에게 서류가 넘어오기 전에는 로비가 있었는지 모르나 서류심사.청문결과등을 심사위원들이 모두 점수화했기 때문에 누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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