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터널 벗어나려나 - 무역적자 줄고 반도체등 주력품 수출 증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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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황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일까. 최근들어 수출입.금리.환율.주가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안정 또는 개선조짐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경제현장에서는 아직 부도와 실업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지표상으로는 어렴풋하게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올들어 불경기 속에 설비투자와 소비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반면 수출은 올들어 자동차가 고전중이긴 하지만 주력품목인 반도체.석유화학.철강제품의 국제시세가 회복되면서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무역적자폭도 지난 1월 34억7천만달러에서 2월에는 20억9천만달러,3월 18억8천만달러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달들어서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돼 수입이나 무역적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리와 환율 역시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주요 시장금리들은 은행들의 지준마감일이 겹쳐 자금수요가 컸던 지난 22일 콜금리가 12.47%,회사채 수익률은 12.43%로 3월말보다 각각 0.5,0.07%포인트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등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까지 외환시장과 원화 자금시장을 함께 혼란에 빠뜨렸던 환율도 이달들어 8백90원대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무엇보다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5월이후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확대등으로 달러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에따라 환투기를 노려 3월말에 43억9천만달러까지 늘어났던 거주자 외화예금잔액이 이달들어 지난 22일에는 36억4천만달러로 감소하는등 시장심리도 안정되고 있다.

한때 6백선이 위태롭던 종합주가지수 역시 최근에는 6백90~7백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간주하는데는 매우 조심스럽다.

무역수지의 경우 비교시점인 지난해 4월 실적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 실적이 호전된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통계적 착각일 수 있으며,금리.환율도 불황 속의 수요부진이 반영된 것(李相憲 한은 조사1부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한보.삼미.진로에 이어 또다른 대기업 부도사태가 터져 나올 경우 상황이 다시 악화될 위험성이 얼마든지 내재돼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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