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콩리포트>홍콩양심 대변한 正論紙들 중국 눈치보기로 명성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홍콩의 정론(正論)에 마침내 조종(弔鐘)이 울리는가. 숨겨진 사실을 파헤치고 홍콩의 양심을 대변하면서 정론지로 정상을 함께 달려온 중국어신문 명보(明報)와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반환을 60여일 앞둔 최근 극심한'중국 눈치보기'로 명성이 크게 퇴색하고 있다.명보의 변화에 실망한 홍콩 지식인들이'굿바이 명보'란 작별인사를 던지는가 하면 SCMP(南華早報)는'프로 차이나 모닝 포스트(親華早報)'라는 비아냥 가득한 이름으로 불린다.

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 유혈진압에 대한 강력한 비판등 중국 비판에 주저함이 없었던 명보가 노골적으로 왜곡된 필치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덩샤오핑(鄧小平) 사망을 전후한 시점부터다.

홍콩의 모든 신문들이 사경에 처한 鄧의 마지막 소식을 전할 무렵 오직 명보만 중국 당국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했고 鄧이 사망한 2월19일 당일엔 鄧이 적어도 1년6개월은 더 살 수 있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가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4월 들어서는 구더밍(古德明).뤄푸(羅孚).장우지(張無忌)등 공산당 비판으로 필명을 날리던 논객 3명이 명보에서 쫓겨났다.

지난 93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으로부터 친중국계 말레이시아 화상인 궈허녠(郭鶴年)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때부터 주목받던 SCMP는 최근 대표적 친중국 인사를 논설고문으로 영입,구설수에 올랐다.이제 홍콩언론중 중국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신문으론 리펑(李鵬)총리를'중국 5천년 역사의 최고 바보'라고 소리치는 애플 데일리 하나만 남게 됐다.반공(反共)을 하자니 앞길이 막막하고 친공(親共)을 하자니 독자가 없다.반환날짜는 시시각각 다가서는데 묘수는 보이지 않는 홍콩 언론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