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잡는 택시기사 모임 '광주생활무전(CB)기동순찰자원봉사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요즘 광주시내에서는 앞유리에'KCB'라고 크게 써붙인 택시운전사들이 택시안에 설치된 무전기에 연신 뭔가를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바로 뺑소니를 잡고 뺑소니에 부모를 잃은 소년소녀를 돕는데 앞장서고 있는'광주생활무전(CB)기동순찰자원봉사대'의 대원.지난해 9월 봉사대가 출범한 뒤로 회원이 60여명으로 늘었다.이중 여성택시기사도 3명이다.

KCB회원들은 반년만에 뺑소니차량 60여대를 붙잡는데 기여를 했다.운전중에 사고를 내고 도망가는 차량을 보면 무전으로 본부(광주시북구중흥동)에 곧바로 연락을 한다.본부는 회원들에게 차량번호등을 급히 알리고 경찰에도 알린다.

지난 2월에는 회원중 한사람이 음주상태로 금남로 일대에서 앞뒤 차를 연거푸 들이받고 도망가는 승용차를 증심사 입구 문빈정사까지 쫓아가 붙잡기도 했다.하지만 이들은 뺑소니차를 직접 추적하는 일은 가능한 삼간다.도주차량이 급히 차를 몰다가 또다른 사고를 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뺑소니 뿐만 아니라 일반 범죄를 막는데도 나서고 있다.지난 1월 북구 본촌공단에서 20대 여성을 강제로 승용차에 태워 납치하려 한 치한을 쫓아가 경찰과 함께 붙잡기도 했다.

범죄와 관계된 일 말고도 이들이 하는 일은 많다.장애인.환자.노약자들이 사무실로 전화연락을 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회원에게 무전연락을 해 집앞으로 달려간다.긴급운송할 물건을 책임지고 배달하기도 하고 음주자 대리운전도 한다.

이같은 부수적인 사업에서 얻어진 수익과 회원들의 회비로 뺑소니에 부모를 잃은 청소년에게 매달 일정한 액수의 도움을 주고 있다.이달 27일에는 북구중흥동의 한 다방에서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일일다방을 연다.

KCB 徐대춘(47)회장은“지난해 광주.전남지역에서 뺑소니가 1천8백여건이 발생했고 올해도 벌써 3백건이 넘었다.한가족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뺑소니는 꼭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524-5930. 〈광주=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