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고부가 산업 …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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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부가 미디어 법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된 건 법의 본질에 대한 오해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인데도 마치 ‘정치적 법안’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MBC의 편파 왜곡 보도가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MBC는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사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총동원해 “정부가 방송 장악에 나섰다”는 논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MBC는 자사프로그램 ‘PD수첩’이 광우병 파동을 증폭시켰듯 “방송법을 통과시키면 국가적 대재앙이 온다”는 근거 없는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검토조차 안 된 공영방송 민영화 방안을 확정됐다고 주장하며 “공영방송이 신문과 대기업에 넘어간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허구 논리를 민주당이 받아들여 정치 투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바람에 법안의 본질이 실종돼 버렸다는 게 정부의 걱정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조속한 법안 통과를 국회에 부탁하는 한편 “편향된 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MBC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정부는 미디어 법안이 국가의 부를 키우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방송·통신 융합으로 상징되는 미디어 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유발 효과가 큰 영역이고, IT 전통을 잇는 새 성장동력이라는 것이다. 또 그중에서도 콘텐트 산업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았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영상산업은 ‘지상파 독과점’이란 큰 벽에 갇혀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 지상파 구도는 5공 군사정부가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구도다. 방송사들은 외부 경쟁자가 없는 현 구도에 안주해 왔다. 그러면서 기존 콘텐트를 재탕·삼탕하면서 뉴미디어 시장까지 장악, 콘텐트 산업이 발전한 토양을 오염시켰다. 특히 시장의 문이 열릴 것 같으면 집단 행동으로 대응해 왔다. 유인촌 장관은 “콘텐트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만들기 위해선 시장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과도한 시장 규제를 푸는 게 이번 법안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다만 공익성을 고려해 일정 제한(신문·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편성 채널의 30% 소유)을 뒀다는 설명이다.


경제 5단체의 시각도 비슷하다. 경제계는 미디어 산업의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경제위기로 대량실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미디어 개혁은 시대적 과제임을 역설하고 있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제조업 분야는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 금액에 비해 일자리 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면 미디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방송의 소유·겸영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 시행될 경우 2만6000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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