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히비야 고교, 국·영·수‘100분 재량 수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교 신학습지도요령안은 그동안 추진해온 ‘유토리(여유)교육’의 전면중단을 의미한다. 학교의 독자 판단으로 수업 시간과 과목을 늘리거나 교과 수준 이상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1967년부터 시작된 고교 평준화로 인해 붕괴된 고교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일 정부는 2002년 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학교 선택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도쿄도와 야마나시(山梨) 현 등 20개 광역 지자체들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마다 경쟁력 키우기=도쿄의 히비야(日比谷)고는 일본 공교육의 부침을 상징한다. 50년 이후 18년 연속 도쿄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지만, 고교평준화 이후 사립고에 밀리기 시작했다. 80년에는 도쿄대 합격자 수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93년에는 단 한 명만 합격했다. 니시(西)·도야마(<6238>山) 등 다른 명문 공립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우수 학생들은 사립고로 발길을 돌렸다. 수업료가 매우 비싸도 대입을 위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2001년 공립고 개혁에 나섰다. 도야마·니시고 등과 함께 ‘진학지도중점학교’로 지정된 히비야고는 그해부터 학생들을 자체 선발했고, 3년간의 치밀한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도쿄도는 교원공모제를 도입해 우수 교원들을 지원했다. 히비야고의 특징은 ‘100분 수업’이다. 교사 재량으로 수학·국어·영어 등 주요 과목 수업을 휴식 없이 2교시 연속 하는 것이다. 또 문부과학성의 주간 표준 수업시간(30시간)보다 많은 35시간을 가르치고 있다. 그 결과 도쿄대 합격자가 2007년에는 28명으로 늘었다.

◆‘호리카와의 기적’=교토(京都)시립 호리카와(堀川)고는 99년 인문계학과 외에 인간탐구과와 자연탐구과 등 두 학과를 신설했다. 학교를 특화해 우수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두 학과의 학생은 2학년 여름까지 반드시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논문 주제와 형태 등은 모두 자유다. 좋아하는 공부를 스스로 찾아 깊게 연구하다 보면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 일반 학과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이런 노력으로 2001년까지 매년 6명 정도였던 국공립대 합격자는 2002년부터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 교육계에서는 이를 ‘호리카와의 기적’으로 부른다. 이는 전체 공립고에 대한 기피현상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