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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점유 90% … 이런 성과 꿈도 못 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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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마당놀이 ‘심청’의 성공에 대해 손진책 대표는 “10여 년 전 IMF 위기때도 마당놀이는 위축되지 않았다. 어려움이 닥칠수록 우린 ‘신명’으로 뛰어넘곤 했다. 그게 한국인의 저력”이라고 했다. [오종택 기자]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이 있는 거 같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런 성과를 내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인당수에 떨어진 심청이 살아난 기분이다.”

손진책(62·사진) 극단 미추 대표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손대표가 제작·연출한 마당놀이 ‘심청’의 성공 때문이다. 4일로 45일간의 공연을 끝마친 ‘심청’은 관객 동원 9만3000여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0%, 티켓 판매액 23억원 등의 기록을 세우며 올겨울 ‘최고 히트 공연’의 왕좌에 올랐다. 덕분에 9일부터 27일까지 앙코르 공연도 이어진다.

“매해 겨울마다 인기 레퍼토리였는데 웬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우선 1981년 출범 때부터 파트너였던 MBC와 결별했다. 영향력 막강한 미디어 하나를 잃은 채 한쪽 날개로만 난 셈이다. 공연장도 장충체육관이 아닌,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란 낯선 곳에 허겁지겁 설치한 텐트 극장이다. 경기 한파도 몰아쳤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2500여 객석은 뜨거웠다. 마당놀이 ‘심청’의 우여곡절을 손 대표로부터 들었다.

-공연은 ‘습관성’을 띤다. 접근성이 떨어진, 낯선 공연장은 최악의 여건이다. 어떻게 관객을 끌어들였나.

“공동 주최사였던 ‘아주렌털’이라는 회사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정식 공연장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최적의 텐트 극장을 만들어냈다. 아늑한 느낌의 극장 로비, 동선을 최소화시킨 분장실, 쾌적한 화장실 등 창작자와 관객의 욕구를 최대한 받아줬다. 이런 데 돈 쓰는 걸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건, 숫자가 아닌 ‘공연의 질’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문화 마인드로 무장된 회사와 파트너가 된 건 행운이다.”

-마당놀이가 28년이나 됐다. 경기도 안 좋다. 그런데 왜 이런 생명력을 띤다고 생각하는지.

“한국 관객은 ‘완상’(玩賞)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참여해야 직성이 풀린다. 마당은 소용돌이치는 공간이다. 살아있고, 꿈틀댄다. 관객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공연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동참한다는 동질감을 준다. 게다가 객석은 VIP 등이 없다.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잘난 사람도, 시골에서 막 올라온 서민도 다 한데 어울려 볼 수밖에 없다. 참여성과 평등성은 마당놀이의 본질이다.”

-왜 MBC와는 결별했나

“일방적이었다. 원래 올해도 같이 하기로 구두로 약속했다. 근데 6월께 갑자기 못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서로 뜻이 다르면 안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절차다. 공연이 5개월가량 남았는데, 공연장(장충체육관)은 MBC가 대관해 놓고 자기들 나름대로 마당놀이(MBC는 ‘학생부군신위’라는 마당놀이를 따로 올렸다)를 하겠으니 극단 미추는 빠지라고 하면 어떡하나. 뒤통수를 친 것이며 횡포다. 막막했지만 오기가 생겼다. 삼류 마당놀이를 뿌리뽑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공동으로 일을 하다보면 삐걱거리는 일이 다반사다. 타협의 여지는 없었나.

“마당놀이 출범 무렵, MBC 관계자들은 좋았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았고, 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이었지만 가급적 대본에 손도 안댔다. 2000년대 들면서 많이 달라졌다. 특히 담당자들의 입김이 너무 세졌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갑’으로서 노릇만 하려 했다. 손은 까딱하지 않은 채 우리를 하청업체 대하듯 했다. 주인 없는 회사라서 그런가. 위에서 엄격히 관리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마당놀이는 정치적 풍자에서 오는 통쾌함이 큰 매력이었다. 현재는 누구나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다. 정치적 발언에서 과거와 같은 긴장감이 없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마당놀이의 기본 철학은 ‘우리의 삶은 정치적이다’는 것이다. 그건 끊임없이 환기시켜야 한다. 잠시라도 늦추면 어느새 권리를 놓치고 만다. 앞으로도 유희를 통한 현실에 대한 뼈아픈 꼬집음, 권력에 대한 조롱 등은 지속시켜야 할 미덕이다.”

최민우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손진책=194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대를 나온 뒤 74년 ‘서울 말뚝이’ 연출가로 데뷔했다. 마당놀이 시리즈로 대중 친화적인 공연물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해마다 최소한 한편씩은 깊이 있는 연극 작품을 만들어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겸비한 국내 최고의 연극 연출가로 꼽힌다. 대표작은 ‘오장군의 발톱’ ‘벽속의 요정’ 등이며, 부인은 마당놀이·연극 배우로 유명한 김성녀(59)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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