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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힘에 벅찬 '전도연 길들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힘에 벅찬 '전도연 길들이기' 선배가 쌓아놓은 전통잇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현재 대학로 하늘땅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영국작가 윌리 러셀의'리타 길들이기(강영걸 연출)'가 주는 아쉬움이다.9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연극계에서 보기드문'흥행의 보증수표'다.초연때와 재연때(94년) 모두 호평과 함께 관객동원에서도 성공,이런 꼬리표가 붙었다.리타역의 최화정 덕분이었다.

연출자와 극장이 바뀌어 3년만에 다시 선보인 이번 무대의 관심거리는 탤런트 전도연의 기용이었다.하도 바쁜 일정때문에 최근에야 무대에 서고 있지만(이 작품은 전도연 출연을 내세우며 더블캐스트로 지난 2월 개막됐다)그래도 많은 사람들은'사랑할 때까지'등 몇몇 TV드라마에서 꽤 괜찮은 연기를 펼쳤던 그의 변신의 무대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때문인지 연극계의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관객들의 발길이 제법 끊이지 않고 있다.제작측에서는 스타기용의 성공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전도연의 변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그의 연기의 폭은 TV 브라운관의 그것처럼 좁았으며(천만 다행인지 모르지만)어린 나이답게(?)생경했다.비록'싹'이 있는 연기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장르의 벽을 넘기위해서는 특별한 노력과 프로정신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 이 작품은 대학교수와 미용사출신 리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다.극이 진행되면서'길들이기'의 주체가 교수에서 리타로 바뀌는 과정이 재미있다.즉 하찮은 출신의 리타가 좌표를 잃고 살아가는 프랭크 교수를'구원'한다는 내용이다.소극장용 2인극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두 배우의 앙상블이 중요한데 리듬감있는 빠른 대사가 이런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핵심요소.럭비공처럼 이리저리 튀는 리타의 성격이 전도연의 외적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면이 많다.그러나 전도연은 이러한 주인공의'성격살리기'에서 실패했다.두시간동안 거의 모노톤의 대사법으로 일관해 지루함을 넘어 짜증까지 나게 했다.충실치 못한 연습때문에 대사처리에만 집착하다보니 몸짓은 자연스레 굳어졌고'노련한'상대역(이승호)을 리드하기엔 역부족처럼 비쳐졌다. 이는 별다른 준비없이도 순발력만으로 커트를 메우는 TV연기와 비교적 긴 시간동안 자신의'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연극의 차이점을 가볍게 봤기 때문이다.전도연이 첫 연극무대를 통해 정작 연기파배우로 거듭나고 싶었다면 장르의 차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부터 선행됐어야 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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