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칼럼>정치 씻김굿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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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보청문회와 수사는 누구의 말대로 가면 갈수록 국회의원 청문회가 되고 있다.'음모'니'모함'이니 하고 펄펄 뛰더니만 거의 대부분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국회의원들의 비리도 비리지만 청문회 증인과 경쟁이라도 하는듯한 빤한 거짓말에 국민들은 더 실망하고 있다.검찰에 들어갈 때의 말과 몇시간 뒤 나올 때의 말이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어떻게 나라경영을 맡길 것인가.국회의원들에게 실망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몇 시간 뒤에 밝혀질 일도 딱 잡아떼고 보는 낯 두꺼움에 새삼 절망감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이런 국회의원들,또 이런 국회의원들이 구성하고 있는 국회를 어쩔 것인가.정말로 한보리스트에 든 30여명만이 손에 흙을 묻힌 사람들인가.A기업 리스트,B그룹 리스트는 과연 없는 것일까.이번에 드러난게 한보리스트 뿐이어서 그렇지 그런 리스트들이 다 공개된다면 무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과연 몇명이나 될 것인가. 국민들은 기가 막혀 하는데도 대망(大望)을 품고 있는 인사들이 내놓는 처리방안이 더 억장을 무너뜨린다.

“정치인의 명예가 존중되는 차원에서 검찰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그렇게 명예를 중시했다면 파렴치한 기업인에게서 그 냄새나는 돈은 왜 받았나.“우리 정치현실이 돈 안쓰고 정치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분노를 느끼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주어야 한다.”-그러면 현실이 그러하니 앞으로도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인가.“우리는 반세기 동안 너나없이 부패 먹이사슬에 조금씩 손발을 담그고 살아왔다.한보과녁에서 벗어나 있다고'한보상황'에서까지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단순히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말하는 발언이라면 이 지적에 틀린 점은 없다.그러나 현실이 그러했으니 모두가 용서받아야 할 일이라는 뜻에서의 발언이라면 국민으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정권의 책임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한보정국을 보는 시선이 대체로 이런 식인데 우리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시각이 이래서는 다음 정권의 청렴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유승삼 <출판법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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