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역 6곳, 驛舍 구조개선 사업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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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

신촌.시청 등 시내 방향(내선)과 신림.사당 등 강남 방향(외선)으로 가려는 승객들이 200m 길이의 승강장을 가득 메웠다. 수원.인천 등지에서와 2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객들이 내려오는 폭 4m 계단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다. 폭 9m밖에 안 되는 승강장에서 내.외선 열차를 같이 타게 돼 있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환승객들의 통로를 막기 때문이다.

시흥에서 왕십리로 출근하기 위해 신도림역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박모(44.여)씨는 "심할 때는 사람들에 떠밀려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신도림역을 비롯해 교대.사당.잠실.종로3가.삼성역 등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늘면서 이들 역 혼잡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기도 일대에 신도시가 잇따라 건설되고 역 주변에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역사를 설계할 당시 예측했던 것보다 4~5배까지 승객이 몰리는 탓이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화호 신도림역장은 "가장 붐빌 때인 오전 7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직원들과 함께 승강장에서 안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신도림역장은 가기 꺼려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이들 역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우선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에게 두 줄이 아닌 네 줄로 서도록 하고 있다. 또 승객이 승강장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곳곳에 안전 울타리를 세웠다. 7월부터는 열차 운행 속도를 높이고 정차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열차 운행 편수를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승강장을 증설하고 환승 통로를 확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필요한 재원 마련이다.

강경호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6개 역의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역사 구조를 개선하려면 3500억원가량이 필요하지만 현 요금체제로는 적자를 면하기 힘들어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로 지하철을 건설하는 비용은 정부에서 대주지만 기존 노선의 개선사업은 지하철 운영을 담당하는 공사 측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국 관계자는 "시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정부에서 혼잡한 역사를 넓히는 데 드는 비용을 일부라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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