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간호사시험 서울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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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령에서만 실시되던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이 내년부터 서울에서도 치러진다.

미국 간호사시험주관기관협의회(NCSBN)는 지난 1일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을 서울.런던.홍콩 등 세곳에서도 실시하기로 확정하고 이를 한국 측에 통보해왔다.

NCSBN은 "미국의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간호사의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미국 간호사 시험을 보기 위해 미국 본토나 괌 등으로 가야 했던 응시자들은 비용과 시간면에서 큰 혜택을 보게 됐다. 미국령 중 한국에서 가까워 시험장소로 인기가 높은 괌의 경우 왕복항공료와 최소한 2박3일간의 숙식비로 60만~100만원이 들었다.

김희순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교수는 "경비가 절약되고 시차도 없기 때문에 훨씬 편안한 여건에서 시험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시험장소로 선정된 배경에는 응시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1998년 511명이었던 한국인 응시자는 지난해 1444명으로 급증했다. 외국인 중 넷째로 많은 규모다. 합격률(지난해 63.9%)도 미국인에 버금가며 외국인 중엔 최고 수준이다.

미국 간호사시험 응시열풍이 부는 이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국내보다 쉽고 연봉도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병원들이 비정규직 파트타임 간호사의 비중을 높임에 따라 간호사 자격증이 있어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또 미국에 취업할 경우 동부지역은 연봉이 최소 8만달러, 다른 지역도 5만~6만달러 정도다.

미국 간호사시험 준비학원인 탑 서울사회교육원 관계자는 "간호사로 취업이민을 가면 자녀교육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험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어문제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한 병원에선 한국인 간호사가 오리엔테이션 도중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안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즉시 해고통지를 받기도 했다.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LA의 한 병원에 취업한 김모씨는 "기본적인 영어실력을 쌓은 뒤 해외에 나가야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험을 치르려면 국내 간호사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미국에 취업하려면 2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 간호대학 졸업자를 관할하는 관청인 외국간호대학졸업자위원위(CGFNS)에 서류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서류심사를 거쳐 신청 4~5개월 뒤 응시여부가 결정된다. 응시허가를 받은 후 90일 이내에 시험을 치러야 한다.

정철근 기자

◆6월 3일자 9면 '미국간호사시험 서울에서도 치른다' 기사 중 '이 시험을 치르려면 국내 간호사자격증과 2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있어야 한다'를 '이 시험을 치르려면 국내 간호사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미국에 취업하려면 2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있어야 한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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