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민방위 기구축소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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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5일 국무회의는 민방위국과 재난관리국을 통합하는등 내무부 직제개편안을 보류했다.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잘한 일이다.

무릇 한 나라의 국방력은 정규군과 예비군,그리고 민방위력으로 담보된다.그 규모는 당연히 인접국 또는 대치집단의 국방력 규모에 비례하게 마련이다.북한은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민방위부 밑에 노농적위대를 비롯한 1천3백만명의 민방위군을 두고 있다.

그 뿐 아니다.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8천달러를 넘어 경제 강국의 금자탑을 이룬 일본은 방재관리를 중심으로 1억3천만 전 인구를 민방위군으로 확보하고 있다.지방단체별로 훈련을 일상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또 중국은 6억 인구를 민방위력으로 보유하고 있다.스웨덴과 스위스는 첨단 전투기까지 구비한 민방위군을 운용하고 있다.

한반도는 아직 평화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북한이 끊임없이 붕괴설에 시달리고 있다.그러나 강대국들은 그들의 국익차원에서 한국의 분단상황을 반드시 불행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이런 상황에서'작은 정부'라는 미명하에 우리가 민방

위와 재난관리 기구를 통폐합,축소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하겠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재난관리국이 2년전 신설된 이유는 시민들의 방재관리의식 부족으로 강.호수.공중.바다.땅에서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참혹하고 비참한 대형사고 때문이었다.총리실에 재난관리심의관을 두고 내무부에는 민방위본부를 민방위 재

난관리본부로 개편하면서 3과1국을 신설했던 것이다.문민정부의 대(對)국민서비스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조치였다.그런 기구를 일거에 솎아낸다는 것은 무리수다.민방위 창설에 작은 힘을 보탰고 23년간 민방위를 지켜본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내리는 판단이다.

만약 정부조직의 대개편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도도 얼마든지 있다.5과를 거느리고 있는 소방국의 방호과,통신장비관리를 관장하는 과를 병합할 수 있다.방호과가 전통적으로 소방장비를 관할해왔기 때문이다.또는 방재국이 자연재난관리를 담당하므로 인위재난관리 담당부서인 재난관리국을 병합해도 된다.국별로 총괄.총무.인사업무를 관장하는 별도의 과를 묶는 것도 한 방편이다.현실적으로 이런 개편이 불가능하다면 미국처럼 민방위재난관리본부 자체를 총리실 직속의 비상기획위원회와 통

폐합해도 될 것이다.

민방위국과 재난관리국을 통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두 기구 모두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보다 모양새 있고 실효성.효율성이 높은 새 조직개편안을 기대해본다. 이규학〈民衛포럼 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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