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종 고려때 녹여 없앴다 - KAIST 이병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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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황룡사종이 바다에 수장된 것이 아니라 고려때 녹여 없앴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에밀레종 연구로 유명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병호(李炳昊)명예교수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따르면 황룡사종이 고려 숙종때 작은 종으로 다시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李교수가 근거로 삼고있는 것은‘삼국유사’권3의 ‘황룡사종·분황사약사·봉덕사종’에 있는 황룡사종 설명부분중 마지막 문구.앞부분에 황룡사종의 크기와 무게·제작등을 설명하고 맨끝에 ‘숙종때 6척8촌(약 2m6cm)의 새종을 다시 만들었다(肅宗朝 重成新鐘 長六尺八寸)’고 기록돼 있다. 李교수는 당시 상황을 숙고해 대각국사 의천의 형인 숙종은 의천의 화폐주조 건의를 받아들여 해동통보를 주조했고 의천이 입적(숙종6년·1101년)한 다음 심한 균열을 보인 황룡사종을 녹여 일부를 다시 화폐만드는데 전용하고 나머지는 작은 종으로 개주(改鑄)하는데 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홍섭 전이화여대 교수(고고미술사)등 학자들은 이 문구만으로 49만7천8백근(약2백90여t)에 달하는 쇳물을 녹여 만든 높이 3m12㎝의 세계 최대의 황룡사 대종이 언제 어떻게 훼손됐는지 알 수 없고 새 종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반드시 대종을 녹여 만들었다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반박과 달리 최응천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등 일부학자들은 일연이 ‘삼국유사’를 지은 것은 신종을 만든 뒤 1백80여년이 지난 때로 정확한 경위가 불투명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황룡사종 설명의 마지막 부분에 ‘다시 만들었다(重成)’고 명백히 밝히고 있는 만큼 대종의 개주일 가능성도 있다며 李교수의 주장을 새로운 문제제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경주시양북면 앞바다에서는 해군의 종찾기 수중탐사가 한창이다.<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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