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년이 경험한 6.25 - 김원일 장편소설 '불의 제전' 7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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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소년의 거짓없는 눈과 마음으로 목격한 6.25가 마침내 재현됐다.작가 김원일(金源一.55)씨가 장편'불의 제전'전7권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최근 완간했다.문학사상 80년 4월호에 첫 연재분이 실렸으니 18년이 걸린 이 작품은 정작

50년 1월5일부터 10월31일까지 10개월간의 짧은 시기를 다루고 있다.그러나 이 기간이 우리 민족에 있어 여느 세월의 10개월과 같겠는가.1초,1분이 절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던 6.25발발 전후 아니었던가.

“훗날 늠름한 젊은이가 되었을 때,나는 내가 보고 겪은 고향의 풍정,낯선 서울살이의 생경함,겪고 보았던 전쟁의 참상을 시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갑해는 가슴이 뿌듯해온다.자신은 정말 나이에 비해 특별난 많은 경험을 했다.전쟁이 어서 끝나고 간난한 시절도 어서 지나가 자신이 겪은 많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싶다.”

이 작품 끝부분에서'나이에 비해 특별난 많은 경험을 했다'고 밝힌 소년 갑해는 작가 자신으로 金씨의 13세때의 일.좌.우이념이나 사회학적 관점에 물들 나이는 아니다.눈에 비친대로 느낀대로,즉 6.25에 대한 원체험에 바탕해 이 기

간 1백여명의 삶과 죽음을 보여주고 있는게'불의 제전'이다.

작품의 무대는 경남의 작은 읍 진영과 서울.평양,그리고 다시 진영.정부 수립후에도 여전한 빨치산 활동과 토지를 둘러싼 문제,그런 와중에서도 대대로 내려온 풍습과 인정이 진영을 무대로 그려지고 서울을 무대로 해서는 6.25전야의 팽팽한 긴장감,그리고 적치하의 삶과 제도등이 그려지다 다시 진영이라는 전선 후방 민중들의 고단한 삶이 그려진다.이 무대의 이동은 작중의 소년 갑해의 이동과 똑같다.

그러나 소년이 주인공도 아니며 소설을 써나가는 서술자는 물론 아니다.철저하게 작가의 객관적 시점에서 이 기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좌.우 대립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회의적인 지식인,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

하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지식인,낭만적 순정에 불타오르는 혁명가,그 순정으로 애인을 찾아 전선을 헤매다 겁탈당해 미쳐버린 여자,빨치산 아내로 모진 고문을 겪는 여인네등 그 기간을 살아냈던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날짜별로 나누어 현재시제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불의 제전'의 특징.작품의 객관성과 현장감을 50년대초 당시의 시점에서 재현하기 위해서다.정확한 재현을 위해 작가는 관계자료도 수없이 참고했다.그러나 작가는 시종

6.25에 대한 원체험,그 좌.우 분별없는 소년적 시각을 잃지 않는다는게 여느 분단소설과 다른'불의 제전'의 미덕이다.

“큰 짐을 던 것같습니다.문학의 길로 접어선 20대 초반부터 6.25에 대한 원체험은 나를 항상 옥죄어왔습니다.내 가족적 체험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에게 절박하고 고통스런 체험 아니었겠습니까.6.25체험 마지막 세대로서 당시를 내 능력껏 그려놓았으니 이제 다른 소설세계로 홀가분하게 떠나겠습니다.”

66년 등단한 이래 金씨는'어둠의 혼''환멸을 찾아서''노을''겨울 골짜기'등 분단소설을 줄기차게 발표해 왔다.이 모든 작품이 가족사적 체험과 관계 사료(史料),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총결산된 소설이'불의 제전'.때문에 金씨

는 이제 소년기의 원체험 6.25의 사슬을 끊고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중년 이후의 세계를 다룬 작품을 쓰고싶다 한다. 〈이경철 기자〉

소년의 거짓없는 눈과 마음으로 목격한 6.25가 마침내 재현됐다.작가

김원일(金源一.55)씨가 장편'불의 제전'전7권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최근

완간했다.문학사상 80년 4월호에 첫 연재분이 실렸으니 18년이 걸린 이

작품은 정작

50년 1월5일부터 10월31일까지 10개월간의 짧은 시기를 다루고 있다.그러나

이 기간이 우리 민족에 있어 여느 세월의 10개월과 같겠는가.1초,1분이

절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던 6.25발발 전후 아니었던가.

“훗날 늠름한 젊은이가 되었을 때,나는 내가 보고 겪은 고향의 풍정,낯선

서울살이의 생경함,겪고 보았던 전쟁의 참상을 시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갑해는 가슴이 뿌듯해온다.자신은 정말 나이에 비해 특별난 많은

경험을 했다.전쟁

이 어서 끝나고 간난한 시절도 어서 지나가 자신이 겪은 많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싶다.”

이 작품 끝부분에서'나이에 비해 특별난 많은 경험을 했다'고 밝힌 소년

갑해는 작가 자신으로 金씨의 13세때의 일.좌.우이념이나 사회학적 관점에

물들 나이는 아니다.눈에 비친대로 느낀대로,즉 6.25에 대한 원체험에 바탕해

이 기간 1백여명의 삶과 죽음을 보여주고 있는게'불의 제전'이다.

작품의 무대는 경남의 작은 읍 진영과 서울.평양,그리고 다시 진영.정부

수립후에도 여전한 빨치산 활동과 토지를 둘러싼 문제,그런 와중에서도

대대로 내려온 풍습과 인정이 진영을 무대로 그려지고 서울을 무대로 해서는

6.25전야의 팽

팽한 긴장감,그리고 적치하의 삶과 제도등이 그려지다 다시 진영이라는 전선

후방 민중들의 고단한 삶이 그려진다.이 무대의 이동은 작중의 소년 갑해의

이동과 똑같다.

그러나 소년이 주인공도 아니며 소설을 써나가는 서술자는 물론

아니다.철저하게 작가의 객관적 시점에서 이 기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좌.우 대립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회의적인

지식인,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

하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지식인,낭만적 순정에 불타오르는 혁명가,그

순정으로 애인을 찾아 전선을 헤매다 겁탈당해 미쳐버린 여자,빨치산 아내로

모진 고문을 겪는 여인네등 그 기간을 살아냈던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날짜별로 나누어 현재시제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불의

제전'의 특징.작품의 객관성과 현장감을 50년대초 당시의 시점에서 재현하기

위해서다.정확한 재현을 위해 작가는 관계자료도 수없이 참고했다.그러나

작가는 시종 6.25에 대한 원체험,그 좌.우 분별없는 소년적 시각을 잃지 않는다는게 여느 분단소설과 다른'불의 제전'의 미덕이다.

“큰 짐을 던 것같습니다.문학의 길로 접어선 20대 초반부터 6.25에 대한

원체험은 나를 항상 옥죄어왔습니다.내 가족적 체험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에게 절박하고 고통스런 체험 아니었겠습니까.6.25체험 마지막 세대로서

당시를

내 능력껏 그려놓았으니 이제 다른 소설세계로 홀가분하게 떠나겠습니다.”

66년 등단한 이래 金씨는'어둠의 혼''환멸을 찾아서''노을''겨울 골짜기'등

분단소설을 줄기차게 발표해 왔다.이 모든 작품이 가족사적 체험과 관계

사료(史料),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총결산된 소설이'불의 제전'.때문에

金씨는 이제 소년기의 원체험 6.25의 사슬을 끊고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중년

이후의 세계를 다룬 작품을 쓰고싶다 한다. 〈이경철 기자〉

<사진설명>

18년만에'불의 제전'을 완간한 소설가 김원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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