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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DP 2~3년 전으로 뒷걸음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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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24면

8개 증권사가 추정한 지난해 대한항공 매출 전망치는 9조8000억원에서 10조382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순이익 전망치는 천차만별이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지난해 대한항공 적자폭(순손실)은 최소 8545억원에서 최대 2조1764억원에 달한다.

기준환율로 돌아본 2008년 한국경제 성적표

이렇게 순익 추정치가 들쭉날쭉한 것은 주로 외화환산 손실에 대한 견해 차 때문이다. 연말 환율 전망에 따라 손실 규모도 춤을 췄다. 동양종금증권 백지애 연구원은 “리스로 항공기를 구입하는 항공업체는 외화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 손실이 확대됐다”며 “재무제표만 봐선 실질적 경영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결정된 연말 매매기준환율은 1달러에 1257.5원. 2007년 말 기준환율(938.9원)보다 크게 높지만 한때 원화가치가 1500원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막판에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화 순부채가 54억 달러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지난해 외환손실은 1조8000억원 정도로 계산됐다. 그나마 연말 환율이 1250원대에서 결정된 덕분에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LG전자도 원화가치 안정으로 적자를 면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달러를 많이 빌려 쓴 하이닉스 역시 적자폭이 1500원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7000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환차손 16조원 넘을 듯
여느 해보다 큰 관심을 끈 연말 환율이 결정되면서 지난해 한국 경제의 성적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업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24개 기업의 지난해 9월 말 현재 순외화부채(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뺀 액수)는 413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3분기 외화환산 손실은 14조5000억원이었다. 당시 환율(1207원)보다 기준환율이 50원가량 높아진 연말 기준환율로 볼 때 2조원이 넘는 추가 외화환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순익도 2007년보다 줄었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분석 대상으로 삼는 187개 상장사의 외화부채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25조원. 이들 기업의 지난해 순익 추정치는 4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기준환율이 1450원이었다면 순익 규모는 40조5000억원으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KIKO) 등 환율변동 통화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들도 기준환율이 1300원 밑으로 내려온 덕분에 환차손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은행 BIS 비율 0.2%P 끌어내려
연말 환율은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원화로 환산한 외화대출(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커져 BIS 비율이 낮아진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키코 가입 기업의 손실이 커지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진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환율 요인만 봤을 때 연말 환율이 1500원이었다면 은행권 BIS 비율이 지난해 9월 말(10.86%) 대비 0.7%포인트 낮아졌을 텐데, 연말 환율 덕분에 0.2%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칠 것”이라며 “실제 은행권의 연말 BIS 비율은 은행권의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충 노력 덕분에 12.3% 정도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GDP 1000조원 돌파 좌절
또 하나의 관심 포인트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다. 1인당 GDP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환율은 연평균 기준환율로 지난해 1102.6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중앙SUNDAY가 추정한 2008년 1인당 GDP는 1만7875달러 선으로 1만8000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본지는 원화로 표시한 2007년 명목 GDP(901조1886억원)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한국은행 조사국이 예측한 2008년 경제성장률(3.7%)과 지난해 3분기까지의 GDP 디플레이터(2.6%·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수치에 100을 곱한 것)를 감안해 2008년 명목GDP를 추정했다. 이를 2008년 연평균 기준환율로 나눠 달러 표시 명목GDP를 구한 뒤 이를 통계청의 2008년 추계인구(4860만6787명)로 나눠 1인당 GDP를 산출했다. 예상보다 지난해 4분기 GDP 실적이나 지난해 4분기 물가가 떨어졌다면 실제 1인당 GDP는 추정치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1인당 GDP가 2007년의 2만 달러에서 한참 후퇴하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강펀치를 맞아 2005년이나 2006년 수준으로 2~3년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민 1인당 GDP는 ▶2005년 1만6438달러 ▶2006년 1만8376달러 ▶2007년 2만15달러로 상승세를 견지했었다.
 
개입 후유증…연초 원화가치 폭락
통화 당국의 노력으로 연말 원화가치는 달러당 1250원대를 지켰지만 후유증은 있었다. 원화가치는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폭락세를 보였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해 12월 30일보다 61.5원 급락한 132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올해 원화가치를 상반기엔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높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하는 이가 많다. 지난해 말 당국의 시장 개입 때문에 움츠러든 달러 수요가 연초 다시 늘어나면서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가시화되면서 조금씩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원화가치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연평균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올해 달러 대비 원화가치를 연평균 1210원대(상반기 1275원, 하반기 1145원)로 전망했다. 반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원화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 잡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1040원, LG경제연구원은 1100원대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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