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법대 폐지, 이젠 무슨 과를 가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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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대학입시 '가군'에 속하는 대학들의 논술 고사가 시작된다. 필자도 고교 졸업을 앞둔 이맘 때 논술고사를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법조인을 꿈꾸는 고교생 중 상당수는 올해부터 법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로 진학해야 한다. 로스쿨 설치가 된 대학들은 법학과 학부과정을 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졸업한 연세대학교 역시 올해부터 법학과 학부과정이 폐지됐다. 과 후배가 사라진다는 점도 아쉽지만, 어렸을 때부터 '법대'를 꿈꾸며 자라온 현 중고생 입장에서도 목표에 대한 상실이 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제도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변화된 제도에 적응하느냐가 아닐까.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가 되는 길이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 분야에 전문 변호사가 되는 일은 그 순서 자체부터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 변호사가 되는 방법은 사법시험 합격 -> 연수원 수료 -> 해당직종에서 경험을 쌓으며 전문 변호사로 성장이라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대학에서 전공 공부 ->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로스쿨에 합격 -> 실전 업무 투입의 형식으로 변화한다. 학부 전공이 향후 자신의 법조 활동 영역을 규정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로스쿨 진학에 좋을까? 한 교수님께 어떤 전공이 로스쿨에 좋을지를 물었다. 그 교수님은 '심리학과'를 언급하셨다. 오랫동안 검사로 계셨던 교수님인지라, 범죄인의 생각을 읽는 것에 비중을 두셨다. 우리나라에서도 범죄심리학이나 법심리학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심리학은 분명히 법학과 연계하기에 좋은 학문이라는 말씀이다.

하지만 심리학만이 법조인으로 향하는 왕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용적인 학문, 예컨대 공학이나 경영학, 경제학 등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 변호사가 될 것이냐를 확실히 수립한 다음에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필자의 한 지인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투자신탁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사법시험을 보려다 마음을 돌리고 금융권에서 일하게 된 그는 필자를 만나면 변호사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한다. 자신이 어떠한 계약을 추진하고 검토할 때마다 변호사에게 의뢰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같은 직장에 하나뿐인 사내 변호사는 그 방면에서는 누구보다 확실한 커리어를 갖고 있으며, 자신 역시 자신과 회사를 위해서 자기도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상경계 전공자의 가능성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예다.

상경계 외에도, 앞서 언급한 범죄 수사를 위한 심리학과나 관련 전공, 지적재산권을 위한 이공계나 문학, 정보기술 등 각종 전공이 전문분야가 될 수 있다. 많은 로스쿨 역시 이런 전문 분야를 로스쿨의 중점 교육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인하대 로스쿨은 물류 관련 전공과 더불어 물류지적재산권 전문 로스쿨을, 이화여대 로스쿨은 젠더법 분야와 생명의료법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연세대 로스쿨은 공공 거버넌스와 의료법 등을 특성화하고 있는 상태다.

중3부터 고2까지 1518세대(고3은 이미 원서를 썼으니 논외로 한다)는 그렇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까. 더 이상 법학과 지원이 무의미해 지는 상황에서 해답은 원론적인 답으로 귀결된다. 자신이 추구하는 전문 법조분야를 선택하고, 그 목표에 맞게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 입학 이후 자신의 생활이다. 로스쿨 입학 전형에 출신 학교와 대학 성적의 비중을 감안할 때, 목표를 빠르게 정하고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현행 사법시험 고시생들처럼 학교 수업은 내팽개쳐두고 법학에 '올인'해서 법조인이 되는 일은 이제 '옛말'이 될 것이다.

장은호 칼럼니스트 jgoon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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