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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코소 일본문화 <8>‘일드 초보’를 위한 내비게이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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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07면

가끔 ‘일드(일본 드라마) 초보’들로부터 볼 만한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듣는다. 일드라는 신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았으나 어디부터 어떻게 디뎌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들이다. 입시공부도 아니고 드라마 감상에 무슨 ‘정도(正道)’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보다 즐겁게 일드에 빠져드는 방법을 추려 봤다.

가장 흔하면서도 효과적인 건 ‘배우를 찍는 것’이다. ‘내 타입인데?’ 싶은 배우를 하나 선정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는다. 순례 길에 새로운 ‘보석’을 발견하면 과감히 갈아탄다. 필자의 경우 오다기리 조를 따라가다 ‘첫경험’에서 후지키 나오히토를 만났고, ‘앤티크’에서 다시 아베 히로시로 옮겼다. 메신저 여섯 단계를 거치면 안 통하는 사람이 없다고, 이런 식으로 몇 명을 훑고 나면 일드 주요 작품이 거의 마스터된다.

둘째 방법은 장르, 혹은 작가 위주로 몰아 보는 것이다. 형사물이나 법정물이 좋다면 ‘춤추는 대수사선’ ‘히어로’부터, 의학 드라마광이라면 ‘하얀거탑’ ‘의룡’ 등 대표작에서 시작한다.

‘작가주의’ 신봉자라면 이 세 사람을 기억하라. 훈훈한 연애물을 찾는다면 기타가와 에리코(‘뷰티풀 라이프’ ‘러브 스토리’ ‘오렌지 데이즈’), 뒤틀린 인간심리에 관심이 많다면 노지마 신지(‘미성년’ ‘한 지붕 아래’ ’장미 없는 꽃집’), 막 나가는 상상력이 보고 싶으면 구도 간쿠로(‘IWGP’ ‘키사라즈 캐츠아이’ ’유성의 인연’)다.

마지막 이도 저도 귀찮다면 그냥 기무라 다쿠야가 나온 드라마부터 본다. 일본 드라마 역대 시청률 순위(1996~2008년) 10위에 오른 작품 중 무려 7개가 이름하여 ‘기무타쿠표’니, 여기서 출발하면 저절로 길이 보인다.

덧붙이자면 과거 명작과 현재 방송 중인 신작을 적절하게 섞어 봐야 어디 가서 “요즘 일드 좀 본다”고 잘난 척하기 편하다. 2009년 초 시작하는 드라마 중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작품은 인기만화 원작의 ‘신의 물방울’(니혼TV)과 ‘노다메 칸타빌레’의 ‘지아키 선배’ 다마키 히로시(사진)가 나오는 ‘러브셔플(TBS)’이다. 살짝 참고 하시길.


‘오타쿠’라 불리는 일본의 매니어 트렌드를 일본문화 전문가인 이영희 기자가 격주로 ‘코소코소(소곤소곤)’ 짚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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