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월드] 유럽, 또 가스대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앵커=지구촌 소식을 중앙일보 국제부문 기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생생 월드’ 시간입니다. 오늘은 정용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네, 안녕하세요.

유럽, 또 가스대란?

앵커=오늘은 유럽의 가스 대란에 대한 얘기를 전해주신다고요?
기자=네, 그렇습니다.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에선 가스 난방이 대센데요. 이 가스 공급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앵커=엄동설한에 느닷없이 웬 가스 대란이냐 싶겠네요.
기자=네.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 대변인은 어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우크라이나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의 관문인 나라입니다. 유럽으로 팔리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80%가 이 나라를 거쳐갑니다. 당장 우크라이나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전체 가스 소비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이 추위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3년 전 서유럽 맹추위에 '벌벌'

앵커=이전에도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는 바람에 유럽에 가스 대란이 일지 않았나요.
기자=네,맞습니다. 2006년 1월이죠. 러시아는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우크라이나에 대해 가스 공급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거부하자 2006년 1월 1일 0시를 기해 가스관을 잠갔습니다. 러시아는 그때 가스관을 사흘 동안 잠갔는데 유럽 일부 국가들의 발전소는 바로 멈췄고 전기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추위에 벌벌 떨었던 끔찍한 기억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앵커=러시아는 왜 가스관을 잠근거죠?
기자=네.표면적으론 가스 가격을 올려달라는 겁니다. 러시아 측은 경제 위기를 감안해 2009년 가스 공급가를 당초 제시했던 천㎥당 418달러에서 250달러까지 낮췄는데 우크라이나가 거절하자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겁니다.우크라이나는 지난해엔 175달러였는데 한꺼번에 43%나 올리는 법이 어딨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러-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신경전

앵커=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으로선 대단한 압박이겠군요.
기자=그렇습니다.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즉,나토와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구심력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안보와 시장 측면에서 완전히 서유럽으로 편입돼 러시아의 영향권 밖에 있겠다는 구상인거죠. 문제는 경제가 가스관 경유 수입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점입니다. 서유럽 입장에선 러시아가 자꾸 가스관을 잠그는 위협 카드를 쓰면 안정적인 가스 확보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가스관이 아닌 대체 수송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러시아에 약점을 잡힌 셈이군요.
기자=그렇죠.게다가 러시아는 최근 친러 국가인 세르비아로 가스 수송로를 다변화하려고 합니다.가즈프롬 측은 지난해 12월24일, 세르비아 석유가스공사의 주식 51%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고, 흑해 밑으로 가스관을 매설해 서유럽의 관문인 세르비아로 수송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서유럽과 각을 세우는 친러 국가가 가스 수송을 새로 맡게 되는 게 반갑지는 않겠네요.
기자=네.바로 그겁니다.서유럽 국가들은 앞으로 가스 공급망 다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 셈입니다.

앵커=네 오늘은 국제부 정용환 기자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신경전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정 기자 감사합니다.

[뉴스방송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