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이형구 前총재 해명성 발언 - 청문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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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는 18일 국회에서 산업은행 김시형(金時衡)총재와 이형구(李炯九)전총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특혜대출과정과 외압여부를 추궁했다.

야당의원들은 李전총재를“특혜의 물꼬를 튼 인물”로 지목,“대선자금 때문에 한보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고 캐물었으나 李전총재는“전혀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李전총재는'이형구 리스트설''대선자금 한보대출설'등 그동안 야당이 별러온 증인.그러나 李전총재는 야당의원들의 쏟아지는 신문공세에“결단코 그런 적이 없다”는 말만 거듭.李전총재는 오히려 의원들의 신문 도중에“그 부분에 대해선 한마

디 해야겠다”“한 말씀만 더 올리겠다”며 거침없이 해명성 발언을 했다.

김경재(金景梓.국민회의)의원은“1백50억원의 당좌개설 약정기간을 당초 대선 바로 직전인 12월17일까지 했다가 선거가 끝난 후 12월말로 연장하고 다시 12월31일 외화대출을 승인한 것은 대선과 관련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그러나

李전총재는“전적으로 은행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전총재는“박재윤.한이헌 전청와대 경제수석등에게 한보와 관련해 외압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이양희(李良熙.자민련)의원의 추궁에“결단코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가“임기중 경제수석실에 1,2번 보고를 했는지는 정확지 않다”고 한발

물러서며 꼬리를 내렸다.

김민석(金民錫.국민회의)의원은“유독 李전총재만 구속되지 않고 풀려난 것은 외압의 실체를 밝힌'이형구 리스트'때문 아닌가”라고 추궁했으나 李전총재는“'이형구 리스트'라는 말은 언론에서 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추가질의를 원천 봉

쇄.

…李전총재가 연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특혜성 대출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변하자 의원들은 李전총재의 전력(前歷)을 들먹이며 맹공.

김문수(金文洙.신한국당)의원은“지난 95년 산은총재 재직당시 대출비리와 관련,3억3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2년6개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가 어째서 남은 모르지만 자신이 전혀 결백한 것처럼 말을 하느냐”고 직격.그러자 李전

총재는“법원에서도 그 돈이 뇌물이나 커미션이 아니었다고 얘기했었다”고 자신의 결백을 강조.

…여야 특위의원들은 신문방법을 둘러싸고 또다시 상대방을 비난하며 삿대질을 하는 추태를 되풀이.

발단은 청문회 내내 신경전을 펼쳐온 이사철(李思哲.신한국당)의원과 김민석의원의 설전.李의원은 金의원의 신문이 끝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증인에게 말을 할 틈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윽박지르기만 하면 어떻게 진실을 밝혀낼수가

있겠느냐”고 힐난.

이에 金의원이“신문방법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모르지만 남의 당 의원의 신문방법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

…김시형총재는 이미 특위 초반 기관(機關)보고를 통해 여야의원들을 상대로 한'예비시험'을 치른 때문인지 대부분의 신문에 여유있게 답변.

金총재는“한보에 대한 대출은 산은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답변을 되풀이.

이에 조순형(趙舜衡.국민회의).이상수(李相洙.국민회의)의원은“증인의 그같은 업무자세에 대해 현재 검찰에서 배임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아느냐”며 위협했지만“결과가 이렇게 됐지만 배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金총재는 한보의 각서 한장만으로 이뤄진 92년말 외화대출과 한보에 대한 대출규모가 4년만에 37배 급증한 일에 대해서는“전례없는 일”이라며 사실상 특혜대출이었음을 시인했다.

한편 金총재는 이규정(李圭正.민주당)의원이“정태수(鄭泰守)씨는 힘없는 국회의원에게도 떡값이나 뇌물을 많이 줬는데 산은총재에게 사례비를 주지 않았을리 없다”고 계속 몰아세우자“그분을 만날 때는 항상 담당임원을 배석시켰으며 나는 평소

돈문제에 대해 몸가짐을 조심해왔다.맹세한다”며 자신의 청렴을 역설.

…신한국당은 한보특위에서 사퇴한 김재천(金在千).이신범(李信範)의원의 공백을 메울 묘방을 찾지 못해 고민.이날 청문회 시작전 열린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으나 당내에 선뜻 나서는 의원이 없다는 것.

특히 다음주부터'김현철 청문회'가 본격화될 전망인데“여당의원이 대통령 아들을 상대로 비리를 캐는데 누가 나서서 하려고 하겠느냐”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팽배하다는 후문이다. 〈황성근.신성식.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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