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안드는 大選 이뤄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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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는 돈선거의 대가를 지금 톡톡히 지불하고 있다.한보사건이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불행이 모두 돈 때문이었다.당장 8개월 뒤면 또다시 대선을 치러야 한다.온나라가 한보 구덩이에 빠져 헤매다가 다시 대선을 맞게

되면 과거와 똑같은 과오를 범할 수밖에 없다.이러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으면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정말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당장 이번 대선부터 돈선거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매번 대선을 치르고 나면 그 엄청난 선거자금으로 대통령선거 망국론이 나오지만 그때마다 그대로 넘어갔다.거의 조(兆)단위의 돈을 기업으로부터 거두고 이를 푸는 과정에서 온갖 후유증이 발생했다.그러나 당선자인 대통령 자신이 그 족쇄에 묶여있던 관계로 개선책이 나오질 못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난국수습이 더디고 어려운지도 모른다.

당장 선거운동에 돈이 안드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과거식의 선거운동은 돈이 필연적으로 들게 돼 있다.우선 대중집회 운동방식을 바꾸어야 한다.이제 과거와 같이 여의도집회에 1백억원을 썼다는 식의 얘기가 나와서는 안된다.선진국 어느

선거도 우리식의 세(勢)과시용 선거집회는 없다.청중을 일일이 동원하자니 조직을 움직여야 하고,나오기 싫은 사람을 끌어모으자니 동원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현재 선거법은 9백여회의 정당연설회를 허용하고 있으나 이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

별 효과가 없는 홍보물제작도 없애야 한다.이미 대통령후보 정도가 됐으면 각종 매체의 보도로 알려질만큼 알려졌다.여기에 별도의 호화판 홍보물을 만들면 제작과 배포에 수백억원씩 낭비된다.지난 선거에서 모당의 경우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

비용에 버금가는 규모의 돈을 단지 홍보물에 썼다는 것이 보도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선거법이 허용치 않는 사조직에 의한 선거운동을 철저히 봉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이번 한보사건에서도 밝혀졌듯이 정당의 공조직보다 사조직이 더 많은 돈을 사용했다.

이러한 제한 대신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보다 적극화해야 한다.대선후보들의 TV토론이 의무화됐으니 전국.지방을 막론하고 매체를 이용한 연설회.광고 등을 늘려가야 한다.매체를 통한 선거는 선거자금사용의 투명성도

아울러 보장해주는 장점이 있다.이런 식의 선거운동은 결국 선거공영제를 보다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지금은 선관위가 선거관리에만 공영제의 중심을 두고 있는데,앞으로는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에 공영제가 확대돼야 한다.

돈선거가 안되자면 정치자금의 모금부터 투명해야 한다.소위 떡값이니,대가성 없는 돈이니 하는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사라져야 하며,대신 법이 정한 방식으로만 모금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개혁을 하기에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여야가 당리당략차원을 넘어 나라를 살린다는 각오로 당장 협의에 들어가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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