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유럽 철도여행 - TGV를 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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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리는 제네바로 간다'.

지난 5일 오전 7시16분 파리 리옹역에서 제네바행 첫 TGV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1등석.편도 1백5달러(한화 약9만4천5백원)나 하는 비싼 좌석이지만 유러패스를 가진 덕에 예약비 5달러만 추가로 냈다.

창밖으로 포도밭과 나직한 산야가 바쁘게 지나간다.지형이 완만한 프랑스 안에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듯 TGV가 가속을 시작하면서 철로변 고속도로에서 나란히 달리던 포르셰가 금세 뒤처진다.TGV는 빠르지만 정숙하다.'윙'하는 소리만

귓가에 감돌뿐 기차 특유의 덜컹거림이 거의 없다.

아침식사는 크로아상과 샐러드,작은 스테이크.소찬이지만 정갈하고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도 뒤따른다.포도주 인심이 좋은 편이어서 아침부터 애주가들을'여행음주'에 들뜨게 한다.

출발후 1시간쯤 지나서야 검표원이 와 유러패스와 여권을 보여달란다.따로 마련된 식당칸의 가격이 비싸지 않지만 손님은 많지 않다.커피 한잔이 15프랑(약2천3백원),치즈를 바른 빵은 29프랑(약4천5백원).

벨레 가르데란 스위스 소읍을 지나면서부터 터널이 입을 벌리고 눈아래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평야에서 산악지대로 진입한다는 증거.짙은 에메랄드빛 호수면에 먼 산의 만년설이 잠겨있다.차창은 마치 유럽의 진열장처럼 빠르게 경관을 바꿔놓

으며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속삭인다.어느새 유럽의 지붕 알프스 몽블랑의 하얀 광채가 눈부시게 한다.TGV는 도착 예정시간인 오전 10시27분 정확히 제네바역에 들어섰다.

은빛의 각진 외모만큼이나 깔끔하고 정확한 운행이 TGV의 특징.이날 승객은 불과 1백명 미만.기차회사의'밑지는 장사'와 상관없이 텅 빈 좌석을 가득 메운 햇살은 때로 승객의 여유를 더하는 행운이기도 하다.

<사진설명>

TGV의 1등석.각 좌석의 책상겸용 식탁으로 여승무원이 식사를 가져오는등 항공기 비즈니스 클라스 못지않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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