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3인방 우울한 세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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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동국(30)·이천수(28)·고종수(31) 등 1990~2000년대를 풍미했던 축구 스타 3인방이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이동국은 31일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성남 일화의 유니폼을 벗었다. 성남은 “이동국에게 새로운 길을 터주기로 했다”고 결별을 통보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이동국은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축구의 가장 각광받는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수비를 등한시한다고 히딩크 감독에게 찍혀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부상이 그를 덮쳤다.

가까스로 재기해 2007년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이적했지만 1년 반 동안 FA컵과 칼링컵에서 한 골씩 터뜨렸을 뿐이다. 결국 지난해 7월 K-리그 성남으로 U턴했지만 2골 2도움의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우승 해결사로 영입했는데 도리어 그가 가세한 후 팀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질책이 빗발쳤다.

이동국은 일본 J-리그에서 새출발 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없다. 이동국은 가족과 해외여행을 마치고 30일 귀국해 진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천수는 최근 수원 삼성에서 임의 탈퇴되는 치욕을 맛보았다. 제멋대로 훈련에 불참하는 등 구단과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아들처럼 아끼던 차범근 감독에게 당한 것이어서 이천수의 가슴이 더 아플 듯하다. 임의 탈퇴된 선수는 연봉도 받지 못하고, 국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도 없다.

채무 때문에 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되는 망신까지 당한 이천수는 “앞으로는 말을 앞세우지 않고 조용히 살겠다”며 우울하게 새해를 맞았다.

2007년 대전으로 복귀해 팀을 6강으로 올려놓았던 고종수는 2008년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릎 부상 때문에 16경기밖에 못 뛰었고, 치료 방법을 놓고 구단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고종수는 지난해 12월 31일로 계약이 끝났지만 구단에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은퇴 위기에 몰린 인상이다.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로 복귀해 1년간 6골을 넣으면서 활약한 안정환은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요청을 받은 가운데 미국 프로축구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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