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통령에 알야위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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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1일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수니파 정치인인 가지 알야위르(46.사진) 과도통치위 순번의장을 지명했다. 부통령으로는 온건파 시아파 정치인 자으파리 알이브라히미와 소수민족인 쿠르드인인 루슈 슈와이스가 지명됐다. 지난달 28일 총리에 내정된 시아파 정치인 이야드 알라위는 국가안보 부총리, 석유장관 등 임시정부의 각료 명단을 발표했다.

◇"완전한 주권이양" 촉구=이로써 6월 30일 연합군에서 주권을 이양받을 임시정부의 핵심 인적구성이 마무리됐다. 30일까지 존속할 예정이던 과도통치위는 일정을 앞당겨 이날 스스로 해산했으며 임시정부가 즉시 발족해 그 권한을 넘겨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약속한 오는 30일의 주권이양이 가능하게 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임시정부의 발족에 대해 "이라크의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일보"라며 환영했다. 알야위르는 수락연설에서 외국군 통제권을 포함한 완전한 주권이양을 미국 측에 촉구했다.

◇자리 나눠먹기와 갈등=이번 인선을 보면 임시정부는 이라크 내 종파.종족을 대표하는 4인의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운영될 전망이다. 국가원수인 대통령 자리는 수니파가 차지했고 시아파는 총리와 부통령을 가져갔다. 전후 이라크 정국에서 영향력을 키운 쿠르드인은 부통령과 외교.국방 등 주요 각료 자리를 얻었다.

◇갈등 표출=하지만 대통령 지명 과정에서 미국과 과도통치위 간, 과도통치위 내 계파 간의 갈등이 표출돼 향후 정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친미 이라크 대통령을 원하던 미국은 외무장관 출신의 수니파 원로정치인인 아드난 파차치를 지지했다. 하지만 과도통치위는 미국이 거북하게 여기는 알야위르를 지명했다. 일부에선 과도통치위의 다수세력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옛 집권세력인 수니파의 득세를 막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파차치보다 영향력이 약한 부족지도자 알야위르 의장을 밀었다고 분석한다.

◇폭력사태=알야위르가 임시정부의 대통령에 지명된 직후 이라크 곳곳에서 폭탄 공격이 벌어져 9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북부 바이지시의 미군기지 부근에선 자살폭탄테러로 보이는 폭발이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바그다드에선 쿠르드 애국동맹(PUK) 사무실 부근과 외무부 건물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해 25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고 범아랍 위성채널인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 이라크 최대 부족 지도자…美 유학후 사우디서 사업

◇알야위르는=이라크 최대부족의 하나인 샴마리부족의 지도자다. 인구가 약 300만명인 이 부족은 북부.서부.중부에 광범위하게 거주한다. 한 부족 내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모두 있다. 알야위르는 쿠르드인이나 기독교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지난 15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통신.건설 사업을 해온 부호다.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 직후 귀국해 미국에 의해 과도통치위원으로 임명됐다. 최근 "이라크 임시정부가 원하면 연합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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