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록 쏟아낸 2008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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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 주식시장이 30일 폐장했다. 2008년 증시는 미국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침체로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씁쓸한 기록을 쏟아냈다. 지난해 말 1897.13이던 코스피지수는 772.66포인트(40.7%) 떨어진 1124.47로 한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해 말보다 372.18포인트(52.8%) 내린 332.05로 마쳤다. 거래소시장에서 성적이 가장 나빴던 업종은 건설(-58.8%)이었고, 경기를 덜 타는 통신(-14.4%)이 가장 선방했다.

한국 증시는 연초부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영향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JP모건으로 넘어가면서 금융위기가 잦아들 거란 기대에 주가는 5월 중순까지 두 달여 동안 가파르게 반등했다. 코스피지수는 5월 19일 장중 한때 지난해 말보다 높은 1901.13까지 올랐다.

하지만 9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금융위기가 심해지고 이어 국내 건설사 부실 문제까지 불거지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코스피지수는 10월 27일 장중 892.16까지 밀렸다.

10월 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진기록이 쏟아졌다. 코스피지수는 10월 24일 10.57% 떨어졌다. 역대 세 번째 하락률이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소·코스닥시장에서 6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달 30일엔 한·미 통화 스와프 효과로 역대 최고 상승률(11.95%)을 기록했다.

증시 소방관인 ‘사이드카’는 너무 자주 발동돼 급기야 무용론까지 나왔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의 급등락이 현물(일반주식)을 흔들어 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물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움직이면 5분간 프로그램 매매의 매수 또는 매도 호가를 정지하는 제도다. 지난해 사이드카는 거래소·코스닥에서 각각 네 번씩 발동됐으나 올해는 거래소 26번, 코스닥 19번으로 늘었다.

미국 금융위기로 돈이 급해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줄기차게 내다 팔았다. 한 해 동안 거래소시장에서 33조60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개방된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는 33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 순매도다. 연초 32%가 넘던 외국인의 거래소 시가총액 비중도 28%대로 낮아졌다.

외국인이 몸을 사린 데다 기관투자가도 펀드에 돈이 안 들어와 힘이 빠지면서 시장 주도권은 개인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연초 50% 정도였던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거래소 기준)은 12월 한때 68%까지 올라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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