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서 대규모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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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이달 하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 인근의 극동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 중반 이후 러시아군이 펼치는 세번째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러시아가 소련 시절의 막강했던 군사력 회복에 나선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동원 2004'로 명명된 이번 군사훈련은 러시아 극동.태평양 지역의 전쟁 상황을 상정, 서부 지역의 병력과 전투장비를 극동지역으로 신속히 이동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러시아 북해 함대와 2개 서부 군관구의 해병.공수.보병 여단 소속 병력 800여명이 대륙을 횡단해 극동의 우수리스크 지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상으로 이동한 뒤 작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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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과 장비 수송을 위해 군용 수송기와 민간여객기 등 모두 50여대의 항공기가 동원된다. 지난해 8월 이 지역에서 유사한 훈련을 했던 극동군관구와 태평양 함대 소속 병력까지 훈련에 가담한다.

러시아군 총참모장인 아나톨리 크바슈닌 대장이 훈련을 직접 지휘하며,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도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 결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모스크바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2005년 1월부터 시행될 러시아군의 새로운 전략적 군사력 운용 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군 총참모본부가 최근 발표한 새 군사력 운용 계획은 러시아 내 전체 6개 군관구와 4개 함대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유사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전투 중인 부대 지원을 위해 필요할 경우 한 군관구에서 다른 군관구로 병력을 신속히 이동시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러시아군 총참모본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에 근거, 군사력 운용 계획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부 유럽 지역에서 동부 극동지역에까지 최고 1만km 이상 병력을 이동시키는 대규모 군사훈련은 사실상 중국.미국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전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이번 훈련이 관련국들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2월에도 지상군과 공군.해군.전략로켓군.우주군까지 총동원하는 대규모 입체 훈련을 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성공적인 경제개혁과 고유가 등에 힘입어 경제력을 회복하면서 소련 시절 군사강국의 지위회복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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