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위주 교통단속 말썽 - 건수 할당.보행위반 하루 5만여명 적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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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찰이 무단횡단등 보행질서위반 사범에 대한 단속 실적을 높이기 위해 마구잡이.함정단속을 벌여 말썽이다.

특히 지방경찰청이 단속을 독려하기 위해 실적이 저조한 경찰서의 서장을 문책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일선 경찰서에서는 지.파출소에 단속건수를 할당,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3월말까지 교통단속 결과 보행자 단속건수는 73만2천4백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만4백여건에 비해 1백36%나 늘어났다.

더구나 지난달 17,31일 일제단속을 벌여 각각 5만8백56명과 5만3천9백11명의 시민을 무단횡단등 보행질서 위반자로 단속해 1만~3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했다.단 두차례 단속에서 10만4천여명이 적발돼 국민 4백32명당 1명이 단속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은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단속의 본래 취지를 도외시한채 보행자들이 잘 안보이는 곳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단속하는 함정단속의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를 잡기 위해 보도에서 도로로 한발짝 내려온 시민까지 단속하는가 하면 대낮에 주택가 이면도로를 순회하면서 주차차량을 적발한뒤 차주에게“범칙금을 싸게 해주겠다”며 보행질서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 경우까지 있다.

서울 A경찰서등 일부 경찰서의 경우 파출소당 20~50건씩 단속 건수를 할당,실적을 채우도록 독촉하고 있다.파출소에 근무하는 朴모(35)경장은“실적이 낮으면 문책하겠다는 방침이 내려와 파출소장을 비롯한 전직원이 방범활동은 제쳐놓고

단속활동에 나서는 바람에 시민들과의 충돌이 잦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김재희(金載熙)교통지도국장은“실적위주의 마구잡이 단속이나 서장 문책등을 하지 말도록 지방경찰청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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