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황소개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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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구리는 양서류(兩棲類) 가운데 가장 번창한 동물이다.우리나라에는 12종 뿐이지만 전세계에 무려 3천8백여종이 분포하고 있다.해마다 멸종되는 것들도 많지만 신종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그 가운데'아프리카발톱 개구리'라는 것이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쓰이고 있는 개구리다.

이 개구리는 이름 그대로 아프리카가 원산이다.미국이 이 개구리를 다량으로 수입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였다.임신 여부를 알아내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한데 60년대에 이르러 그 목적을 충족시키는 다른 약이 개발되자 쓸모가 없어진 이 개구리들은 도랑 같은 곳에 마구 버려졌다.결국 이들 개구리는 토종개구리를 다 몰아내고 안방차지를 하게 됐다.

생물학자들은 이 사례를 들어'외래종이나 유입종들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생태계에 큰 혼란을 일으킨다는 교훈'이라고 입을 모은다.지금 우리나라에선 미국의 토종개구리를 몰아냈던'아프리카발톱 개구리'의 역할을 80년대초부터 식용으로 수입되

기 시작한 황소개구리가 대신하고 있다.식용이라고는 하지만 개구리요리를 최고급으로 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으니 약용이나 약재로서의 쓰임새가 훨씬 높을 것이다.

하지만 식용이든,약용이든 그 효용가치가 대단치 않았던 탓인지 수입된 황소개구리의 상당수가 우리 생태계(生態系)에서 서식하기에 이르렀다.번식력이 왕성한 황소개구리는 저수지 같은 곳에서 토종개구리 새끼나 물고기 알과 치어(稚魚),심지어 뱀까지 마구 먹어치우는 대식가로 알려져 있다.황소개구리가 몰려있는 곳에 접근하면'깍,깍'소리로 동료들에게 위험신호를 보내면서 재빨리 도망친다고 하니 단결력도 강한 모양이다.

특히 황소개구리는 올챙이 때의 몸 크기가 이미 다 자란 참개구리만 하고 3년이 지나면 몸 길이가 18㎝ 안팎,다리를 펴면 40㎝나 된다니 토종개구리들의 위협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토종개구리 신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환경부가 나섰다.황소개구리를'인위적 박멸이 필요한 생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포획에 나선 것이다.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와중에 외래종까지 한몫 거든대서야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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