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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객석] 같은 멤버로 25년 '화목한 和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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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스타코비치.바르토크 전곡 음반을 낸 에머슨 4중주단. 왼쪽부터 유진 드러커(바이올린).로렌스 더튼(비올라).데이비드 핀켈(첼로).필립 세처(바이올린).

미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드러커(52)와 필립 세처(53)가 현악 4중주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은 줄리아드 음대에서 오스카 셤스키 교수를 사사 중이던 1970년대 중반부터다. 2~3년간 함께 비올리스트.첼리스트를 바꿔 가면서 기초적인 레퍼토리를 섭렵했고, 줄리아드를 졸업하던 해인 1976년 직업 현악4중주단을 창단했다.

창단 멤버였던 비올리스트 마마 스트리트가 신시내티 심포니의 수석 주자로 가는 바람에 비올라 파트는 굴레르모 피구로아가 잠시 맡았다가 77년 현재의 로렌스 더튼(50)으로 교체됐다. 갑자기 음악을 그만두고 유대교 사제가 되겠다고 나선 첼리스트 래리 드레이푸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에릭 윌슨도 78년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가면서 데이비드 핀켈(53)이 가세했다.

비올라.첼로 주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후보'와 모차르트.바르토크.베베른을 번갈아 연주해보았다. 여러 차례의 맞선과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에머슨 4중주단은 그후 25년간 단 한번의 멤버 교체도 없이 '화목한 음악가족'을 꾸려왔다.

'에머슨 4중주단'이 오는 25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실내악단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한 '꿈의 앙상블'이 10년 만의 내한 공연을 한다. 악보의 행간을 꿰뚫는 치밀한 해석, 눈부신 기교, 정열적이고 역동적인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을 듣고 있는 실내악단이다. 연주 곡목은 하이든의'종달새', 쇼스타코비치의'현악 4중주 제8번', 베토벤의'현악 4중주 제8번'등. 에머슨 4중주단은 베토벤 4중주 전곡 음반(1998년)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쇼스타코비치 4중주 전곡 음반(2000년)으로 그래미상 실내악 부문과 베스트 클래식 앨범상을 수상했다. 2000년 전곡 음반으로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바르토크 4중주를 제외하면 에머슨의 핵심 레퍼토리를 꿰뚫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건국 200주년 되던 해에 창단한 이 앙상블은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가인 랄프 월도 에머슨(1803~82)의 이름을 따왔다. 창단 이듬해 나움버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 우승하고, 1981년 링컨센터 데뷔 무대에서 바르토크 4중주 전6곡을 3시간 40분 만에 완주(完奏)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 굴지의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매년 평균 1장의 CD를 발매해 왔고, 연간 100회의 연주 일정을 소화해 내면서 독주 활동에도 열심이다. 핀켈은 대만 출신 피아니스트 우한과 함께 연간 20회의 듀오 무대에 서면서 바르토크 소나타 전곡 음반도 냈다.

에머슨 4중주단의 강점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드러커.세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맡는다는 것. 덕분에 현악4중주단에서 가장 '이직률'이 높은 제2바이올린의 '자존심'을 세워 주면서 이른 시간 내에 폭넓은 레퍼토리를 축적할 수 있었다. 현재의 라인업으로 25년간 숙성한 화음으로 현존하는 현악4중주단 중 최고도의 기량을 자랑한다. 베토벤.쇼스타코비치.바르토크 전곡 음반에 이어 멘델스존 4중주 전곡 음반을 내년께 출시할 예정이다. 에머슨 4중주단은 현재 스토니 브룩 뉴욕 주립대 상주 앙상블 겸 교수로 있다. 02-2005-011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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