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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배려 항의전화 빗발 - 국회 청문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구속중인 홍인길의원에 대한 12일 청문회는 한솥밥을 먹던 동료의원들의 지나친'배려'로 긴장감이 떨어졌다.여당의원들은 洪의원과 눈길조차 마주치면 머쓱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야당의원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던

호통과 윽박,재추궁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이날 청문회는 보충질의가 한개만 신청되는등 위원들의 신문 자제로 오후7시30분쯤 일찌감치 종료됐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의 洪의원이 입정하자 현경대(玄敬大)위원장은 증인선서 직전“동료의원으로서 마음이 착잡하다”고 피력.

대부분 여당의원들은 질문 시작전“법관시절 동기동창을 맘속으로 흐느끼며 재판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金學元.신한국당),“마음이 편치 못하다”(李國憲.신한국당)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표출.오전11시50분쯤 여당의원석은 박주천(朴柱千).

김문수(金文洙)의원을 제외한 모두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편 洪의원은 맹형규(孟亨奎.신한국당)의원이“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대통령은 철저히 자기자리를 지켰는데 보좌하는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자리를 벗어나 이런 일이 벌어졌다.속죄하고 있으며 몸둘 바를 모르겠다”

고 답변.여당측은 청문회 직전 대책회의를 열어 야당이 뇌물사용처를 집중추궁해올 경우 야당측.재야에까지 돈이 흘러갔다는'맞불'자료를 준비하는 모습도 연출.

…야당의원들도 의당 재추궁과 호통이 나올만한 대목을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었다.일부 의원들이 10억원의 용처를 물었으나 洪의원은“경조사하고 정치적으로 필요한 데만 썼다”고 짤막하게 대답.그러나 의원들은 이에 대해 더 이상의 추궁은

자제.

洪의원은 이날 우측에 앉은 변호인이 꽂아놓은'화내지 말고''천천히 길게'등의 지시메모를 보면서 답변.

특히 민주당 이규정(李圭正)의원의 질의때는'증자'라고 쓰인 메모를 흘끔 보며“아무리 효자였던 증자(曾子)의 어머니도 남이'증자가 살인했다'고 세번 말하자 믿더라”는 고사성어를 꺼내 몸통이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등 사전에 치밀한 답변준비를 한 인상.

…洪의원은 한보사건에 자신이 '몸통'역할을 했음을 강조하면서도 김현철씨에 대해서는 국정개입 사실조차 전면 부인하는등 金씨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

그는 金씨와 가까웠던 언론대책반에 자금지원을 했느냐는 신문에“총무수석으로서나 개인적으로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

조순형(趙舜衡.국민회의)의원이“이충범(李忠範)전사정비서관이 金씨 추천으로 임명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누구 사람이라고 어디 찍혀있느냐”고 되받았다.

그는 金씨에 대해“운동도 잘 하고 상당히 쾌활했으며,성인(成人)으로서 자기 일을 잘 알아서 하고 있다”고 설명.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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