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탁신 시위대 의사당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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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태국 정정이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번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지지자 수천 명이 29일 새 정부의 정책 설명회를 막기 위해 의사당을 봉쇄했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이날 의사당에서 86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포함한 새 정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친 탁신계의 의사당 봉쇄로 설명회는 연기됐다.

탁신을 지지하는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시위대는 28일엔 방콕 시내 중심가에서 “민주주의를 돌려 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벌였다. 이후 의사당 앞으로 몰려가 차량과 바리케이드 등을 이용해 인근 도로를 막았다.

붉은 옷을 입은 9000여 명의 시위대는 의사당을 둘러싼 채 “아피싯 정부는 군부를 비롯한 권력 집단이 만든 불법 정부”라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태국 경찰은 5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아피싯 총리는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신 전 총리의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 간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태국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월에는 반 탁신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이끄는 시위대가 탁신 전 총리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의 집권에 반대하며 의사당을 봉쇄해 유혈 사태가 벌여졌다.

이후 PAD가 주도하는 시위대는 솜차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달 말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점거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솜차이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야당인 민주당이 연립 정부를 구성, 아피싯 민주당 총재가 총리직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탁신 지지자들이 이에 반발해 의사당 봉쇄라는 무력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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