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숙정 예고 정치권 뒤숭숭 - 의원.단체장 33명 공개소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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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에 대숙정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검찰이 이른바'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현역 국회의원 20명을 포함해 자치단체장등 33명의 소환계획을 발표했다.

당사자들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특히 대선 예비주자와 핵심당직자들,자치단체장은 검찰소환만으로도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은'대격변'이라는 말로 앞으로 미칠 엄청난 파장을 예측하며 초조함과 긴박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소환은 질(質)과 양(量)에서 종전의 비리사건과는 차원을 달리한다.제헌국회이래 단일 비리사건에 현역 국회의원 20명이 조사를 받기는 처음이다.전체 의원의 7%선이다.민선 자치단체장등이 10여명이나 검찰청에 불려가는 일도 물론 초유의 사건이다.

따라서 이후 정치권에 미칠 폭발력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우선 김덕룡(金德龍.신한국).김상현(金相賢.국민회의)의원은 스스로 대선주자군에 포함되는 인사다.8개월 남은 대선구도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의 최측근인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의 소환도 그가 특히 DJP공조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사법처리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그러나 이와 관계없이 이들이 받게될 상처의 크기,나아가 3당이 받게될 타격은 크다.제도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따라서“한보게이트의 마무리는 정치권의 대변혁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3당은 소환소식을 접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당사자들은'정치적 의혹'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으나 3당으로서는 섣불리 대응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모습이다.

신한국당에서는 金의원 외에 박성범(朴成範).박종웅(朴鍾雄)의원등 같은 金의원 계보 의원들이 소환 대상자로 거명되는 것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홍인길(洪仁吉)의원에 이어 박종웅.김정수(金正秀).한이헌(韓利憲)의원,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등 부산권 정치인이 대거 연루된데 따른 파장도 상당하다.'민주계 고사(枯死)론''폭탄 선언설'등이 연속 제기된다.

이윤성(李允盛)대변인은“국민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검찰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관련 의원들이 검찰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회의는 11일 간부회의를 갖고 대처방안을 논의키로 했다.우선“이들 3金외 나머지 30명의 명단 공개와 투명한 조사를 검찰에 촉구할 방침”(韓光玉사무총장)이다.하지만“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지금까지의 기조 때문에 적극적인 수비는 할 수 없지않느냐”는 입장이다.

자민련도 긴장속에'여야 물타기 작전'이란 비난을 거듭했다.거명되지 않은 의원들간에는“관련자끼리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해 공동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을 정도다.

각당의 소환대상 의원들은 이런데 개의할 처지도 못된다.겉으로는“이번 기회에 확실히 옥석(玉石)이 가려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초조함을 나타내기는 한결같다.

“검찰에 가서 사진 찍히는 것만으로도 다음 총선때 고생문이 훤하다(신한국당 P의원측)”고 하소연하는게 대부분이다.사법적으로 결백을 입증받더라도 정치적으로 흠집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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