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의혹없게 끝까지 추궁하는 청문회 - 영국.일본 의회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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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이외의 다른 선진국들에는 미국과 같은 완벽한 청문회 제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그러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추궁은 치열해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특별위원회를 가동,엄밀한 조사보고서를 내고 있으며 일본은 중.참의원이 주도하는 환문(喚問)제도가 청문회를 대신한다.

◇영국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그러나 영국 의회는 정치비리가 발생할 경우 특별위원회를 가동,'신중하고 전문적'인 조사를 실시한다.대표적 예가 지난 94년 이후 영국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대정부 질문'비리사건이다.현직 각료를 포함,무려 25명의 의원이 뇌물을 받고 중동계 사업가에게 유리하게 대정부 질문을 했다는 이 사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의회안에'고든위원회'를 구성,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위원장 고든 다우니 경(卿)의 이름을 딴 이 특별기구는 6개월에 걸쳐 광범위하고도 밀도있는 조사를 실시해왔다.

조사한 인원만 60여명에 지금까지 축적된 조사자료도 책 40여권 분량인 1만4천여 페이지에 달한다.이 위원회는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는 대로 특별보고서를 작성,발표할 예정이다.주목되는 점은 이 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벌써 10여

명의 의원이 자진사퇴했다는 사실이다.특별위원회가 발동할 경우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함을 영국 정치인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

'의원에 있어서 증인의 선서및 증언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문회 제도를 닮은 증인환문제도가 있다.이 제도는 주로 중.참의원 예산위원회가 주도한다.수사권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면죄부용'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주도면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 구체적 자료를 대며 성의껏 질문공세를 펴는 의원들의 자세는 평가받는 편이다.특히 증인신문 아닌 대정부 질문의 경우 질의.답변자 모두 충실한 내용과 점잖은 매너로 일관해 정평이 나있다.다만 거짓증언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지만'기억나지 않는다''답변할 수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경우 딱부러지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증인환문제도의 약점이다.

민주.자민당등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때 의원(議院)증언법을 고쳐 국회의 증인환문 과정을 한국처럼 TV로 생중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일본 국회는 과거 록히드 뇌물수수사건 당시 환문장면 TV중계가 증언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했다는 자성 때문에 88년 생중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생중계 부활은 질문.답변자 양측 모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국민적 관심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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