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성 소개” 한국인 둘 유인…마닐라서 납치해 수천만원 뜯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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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한국인 두 명을 필리핀으로 유인해 납치한 뒤 7600만원을 뜯어낸 혐의(인질강도)로 이모(36)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필리핀 경찰에 검거된 엄모(29)씨 등 공범 2명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신병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달 25일 국내의 필리핀 관련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필리핀 여성을 소개해주겠다”며 회사원 장모(42)씨에게 접근했다. 장씨는 필리핀 출장을 앞두고 “현지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글을 카페에 올렸었다. 이씨 등은 장씨가 필리핀에 도착하자 공항에서 납치해 마닐라 인근의 한 주택에 감금했다. 이후 장씨를 위협해 한국 가족에게 돈을 보내라는 전화를 하게 했다.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이 죽어 합의금이 필요하니 7000만원을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이씨 등은 장씨 가족이 송금한 돈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장씨가 처음에 말을 듣지 않자 일당 중 한 명을 한국에 보내 장씨의 집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뒤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인 조모(38)씨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현지인을 소개받고 싶다”고 카페에 글을 올리자 유사한 수법으로 조씨에게 접근, 납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 등은 납치 과정에서 실탄이 든 권총으로 조씨를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갖고 있던 600만원을 이들에게 건넨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환전소 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 김모(36)씨 등 2명도 공범으로 드러나 검거에 나섰다”며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모두 청송교도소에서 만나 알고 지낸 사이”라고 설명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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