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 화제작 '맥멀렌가의 형제들' - 성인들의 유쾌한 애정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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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연애.구애.거절.짝사랑.갈등.내숭.오해.전술적 거짓말.동거.결혼.피임.임신.바람피우기.이별.일과 사랑의 대립.화해….

아일랜드계인 맥멀렌가의 형제들은 성인 남녀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자연스러운 일상 한 가운데서 늘어놓는다.맥멀렌의 3형제가 애정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계속 내뱉는 대화들은 시공을 초월해 누구에게

나 적용되고 대입될 수 있을 것처럼 실제적이고 진솔하다.

이상적인 부인과 5년동안 결혼 생활을 해온 큰형 잭.아직 자기 짝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심한 성격의 둘째 배리.동거와 결혼 사이에서 애인과 갈등을 빚는 막내 패트릭.이 형제들은 전통적인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고 모두 악의없는 보

통 청년들이다.

뉴욕의 넉넉지 못한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되는 형제들이 갖가지 유형의 관계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애정의 마음과 그 변화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특히 줄곧 결정을 유보하고마는 망설임으로 이어지는 형제들의 모습들에 저절로 동정심이 유발된다

.

형제들이 우애롭게 토론하는 시시콜콜한 애정문제들과 여자들에게 피력하는 솔직한 마음 상태의 단면들은 보면 볼수록 그것이 곧 우리 자신의 관심사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성가시게 수다를 떠는 것같은 형제들의 말들은 우리 삶의 근본이 되는 의미를 반추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미개봉작'맥멀렌가의 형제들'(폭스)은 95년 저예산 독립영화의 메카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극찬받았다.

중대한 결정에서 사소한 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묘한 사랑의 주제들을 아우르는 탁월한 시나리오가 극찬받기에 손색이 없다.

흡사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대 도시인들의 일상적 대화를 엿들어보다가 무릎을 치면서 공감하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자연스럽게 술술 풀어지는 대화들은 코미디도 아니면서 보는 이를 유쾌하게 만들기에 번득이는 천재성

이 엿보인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신인 에드워드 번즈 감독은 눈요기 위주의 블록버스터들이 난무하는 미국 영화계에 또다른 문학적 재능을 보태주는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인간의 다양한 애정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미개봉 비디오'맥멀렌가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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