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콜 독일총리 정치력 비결은 민심읽기 - 워싱턴포스트 6일자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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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헬무트 콜 독일총리가 내년 10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5차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만약 콜총리가 5차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는 독일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 자리를 지키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생긴 아슬

아슬한 기회를 포착,독일을 통일로 이끈 장본인으로서 콜 총리는 역사를 개척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았으며 역사에 매몰되지도 않았다.콜 총리가 내년 10월 총선에서 재집권한다면 그는 주도적으로 유럽화폐통합을 달성토록 독일을 이끌어가는

총리가 될 것이다.유럽 화폐통합은 유럽통합을 향한 큰 걸음이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동쪽으로 계속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예정되어 있는 결론은 아니다.99년까지 화폐통합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이끌어내려는 콜 총리의 노력은 매우 어려운 국내적 개혁을 전제로 하고 있다.복지예산을 크게 삭감함으로써 2차대전 이후 최고기록인 4백70만명

에 달하는 실업을 줄여야만 하는 것이다.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은 콜 총리를'실업자 총리'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자신들은 '복지혜택 삭감'이 아닌'일자리 창출'을 독일의 정책이자 정치모토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콜 총리는 소속정당인 기독민주당 안에서는 경쟁상대가 없다.여론조사에서 사회민주당 지도자들에 비해 뒤처지지만 사회민주당은 콜 총리를 상대할 단일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사회민주당은 내년 4월까지도 단일 총리후보를 낼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콜 총리는 독일 정계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큰 일을 다룰 줄 아는 신뢰할 만하며 대중들과 친숙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그는 정치적으로 치명적이랄 수 있는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하다.안정을 희구하는 독일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를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콜 총리는 민주주의 하에서는 매우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극히 드문 정치인이다.그는 유권자들의 마음,즉 민심(民心)을 아주 정교하게 잘 읽어냄으로써 버텨왔다.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례없는 5차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그다지 이상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그때문이다.내년 10월 총선은 대단히 흥미있는 레이스가 될 것이다. [정리=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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