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연구소, 미국 최고 싱크탱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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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워싱턴의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뽑은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에 올랐다. FP 최신호(2009년 1·2월)는 전 세계 학자·전문가 수백 명을 대상으로 ‘최고의 미국 싱크탱크 15곳’을 조사한 결과 브루킹스가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2위는 뉴욕의 미국외교협회(CFR), 3위는 핵 비확산과 중국 문제에 정통한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꼽혔다. 미국 밖의 싱크탱크로는 영국의 채텀하우스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1, 2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선 중국의 사회과학원이 1위로 선정됐다.

◆브루킹스의 파워=2005년 브루킹스가 낸 논문의 언론 인용 빈도는 4675건으로 1위를 기록하며 2위인 헤리티지 재단(2964회)을 압도했다. 개인·기업의 기부금과 각종 수익으로 조성한 자산은 3억2000만 달러를 넘으며, 연간 예산도 6000만 달러 이상으로 워싱턴에서 1, 2위를 다툰다. 연구원의 절반이 넘는 140여 명이 백악관·국무부·국방부에서 일했던 정치·외교·경제 전문가다.

‘학자적 실천가’로 불리는 이들이 쏟아내는 논문은 대학 못지않은 성과를 자랑한다. ‘비당파적 중도주의’를 표방하지만 민주당을 대변하는 최고의 정책 공장이란 게 워싱턴 정가의 일치된 평가다. 하지만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진보의 보루’ 브루킹스도 버락 오바마 정권 출범으로 힘겨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오른팔인 존 포데스타 정권 인수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는 미국진보센터(CAP)가 오바마의 암묵적 지원 속에 더욱 진보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며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전문과 당파성=오바마가 등용한 고위 관리 상당수가 브루킹스 출신이다. 백악관 경제보좌관에 내정된 제이슨 퍼먼, 유엔 대사로 지명된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에 내정된 것으로 보도된 제프리 베이더 등이 모두 브루킹스에 속해 있다.

브루킹스 소장인 스트로브 탤봇도 오바마에게 정책을 조언하는 주요 ‘멘토’다. 전부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인물들이다. 2001년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들어서자 브루킹스로 들어가 연구에 전념하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워싱턴 무대에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됐다.

반면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 24명이나 요직에 등용됐던 친공화당 계열 미국기업연구소(AEI) 출신들은 부시의 퇴임과 함께 AEI로 복귀해 공화당이 재집권할 때까지 연구 활동을 하게 된다. 부시 집권 초와 중반기를 풍미한 존 볼턴 전 유엔 대사와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 등 네오콘 세력은 이미 AEI에 자리를 잡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정책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는 권력을 잡은 진영에는 인재를 제공하고, 권력을 내놓은 진영에는 쉼터와 재기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연구서 『세계를 이끄는 생각』을 쓴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홍일표 박사는 “한국·일본과 달리 직업 관료의 위상이 약한 미국에선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친집권당 싱크탱크 전문가가 요직에 등용된다”며 “이 같은 ‘회전문(Revolving Door)’ 구조가 워싱턴 싱크탱크 정치의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싱크탱크들도 집권당 입장을 반영한 정책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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