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팥쥐엄마 만드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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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엄마 맞아? 팥쥐엄마 아니야?”

요즘 아이들은 엄마에게 불만스러움을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콩쥐팥쥐'의 못된 계모인'팥쥐엄마'같이 자신을 구박하는게 아니냐는 뜻이다.

서양의'신데렐라''백설공주'가 그렇듯 우리의 옛이야기들도 한결같이 계모에게는 인색하다.'계모=나쁜 엄마'의 등식은 어린시절부터 이렇게 가슴속에 뿌리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가족에 대한 연구들은 생모-계부가족보다 계모-생부가족들이 더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해 문제가 일어날 위험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같은 계부모라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계부모역할에 전념해줄 것을 더 기대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지 모호한데다 당사자들도 경험이 없어 애만 쓰다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더욱이 계부모는 계자녀와 한시바삐 유대를 돈독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까지 있어 자녀양육역할을 도맡은 계모는 더욱 심한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아들을 둔 이혼남과 초혼했던 한 여성이 이혼소송을 내 승소한 사건이 도하(都下) 신문에 실렸다.보도에 따르면 남편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반찬거리에서 아들의 과외교습비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간섭함으로써 아내의 자존심을 무시한

남편의 과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나 14년의 나이차를 사랑의 이름으로 뛰어넘었던 이들이 6년여만에 결국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가'계모=팥쥐엄마'였던데 있었던 것은 아닐까.흔히 계모들은'계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전처자식을 보란듯

잘 키워보겠다는 강박증'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게다가 우리의 높은 교육열은 계모들에게 전처 자녀교육에 더욱 심한 압박감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남편이나 시댁의 보다 많은 간섭을 불러온다.이렇게 볼때 결국 이들 부부도'팥쥐엄마 신드롬'에 희생된 것에 다름아니다.

15년전 인구 1천명당 0.6명이던 이혼율은 이제 1.6명을 넘어섰다.결혼한 10쌍중 약 2쌍이 이혼할 정도다.

이혼과 재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늘어난 재혼으로 심지어'내 아이,네 아이,우리 아이'가 함께 어울려 사는 가정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재혼부부가 단란한 가정을 가꾸어 가며 해로(偕老)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 우리네 실정이다.마치'주홍글씨'처럼'계모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차갑기만 하다.

이제라도 이들을'팥쥐엄마 신드롬'에서 해방시켜줘야 하지 않을까.우리 모두 애지중지하는'콩쥐'가 두번 세번 울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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