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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부는새바람>5.종교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신학박사인 이관직(37)씨는 요즘 총신대교수.상담전담목사.한국목회상담연구소 소장등의 활동으로 무척 바쁘다.87년 미국 미시간주 캘빈신학교로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목회상담학이란 전공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기독교.천주교.불교등 종교계가 앞다퉈 상담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욕구에 따른 고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상담전문 성직자를 두거나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교리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방

법만으로는 더이상 신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독교의 경우 영락교회.남서울교회등 대형교회는 물론 소규모 교회까지도 상담전담 목사를 두고 있다.李박사가 상담전담 목사로 재직하고 있는 정릉의 성천교회도 신자수가 3백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李박사는 이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3시간씩 상담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별도로 신자들이 요구해올 때는 평일에도 상담에 응한다.李박사에 따르면 상담내용도 결혼문제.이성문제.성문제.가족문제등 매우 다양하다.현재 국내에서 상담활동을 전담하는

목사와 신부는 1백50여명 정도로 집계된다.

기독교및 천주교 계통의 신학교에서도 상담관련 과목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총신대의 경우 목회상담학이 필수며 선택과목에도 위기상담.결혼및 가족상담.내면치유.개인상담등 상담관련 과목이 많다.또 서울신학대에서는 올해 대학

원과정에 목회상담 석사과정을 개설했다.다른 대부분 신학교에서도 상담심리학등의 과목을 두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를 동원해 정신적 상담만이 아니라 생활상담까지 펼친다.서울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교회의 생활상담은 특히 활발하다.지난해 시작한 결혼상담이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법률.세무.의료.행정등 5개 분야로 확대했

다.요일별로 분야를 달리하는 이 교회의 상담에는 변호사.판사.검사.세무공무원.세무사.의사.약사등 현직 전문가들만 1백40명이 참여한다.불교쪽에서도 기독교나 천주교에 비해 체계적인 면에서는 뒤지지만 상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마찬가

지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상담기구는 90년 개설된'자비의 전화'.최근들어 하루에 50건씩 접수될 정도로 건수도 늘어나고 상담내용도 복잡해지자 정신과 분야 전문가인 최훈동.전현수 박사와 청소년문제 전문가인 석영미씨등을 자문위원으로 끌어들였

다.덕신(德信).정목(正牧).진오(眞悟).정덕(正德).도명(道明)등의 스님들도 상담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지난해 조계종이 주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교육과정에 상담심리학이란 강의가 포함됐던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장로회신학대 오

성춘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70,80년대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면서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크게 낮아졌다”고 전제하고“과거 가족이나 지역공동체가 맡았던 인생 상담등을 종교계가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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