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영화>카사블랑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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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원한 멜로드라마의 신화'카사블랑카'.영화 역사상 최고의 고전,멜로물의 교과서,컬트영화의 기원등으로 평가되면서 영화 전문가들부터 문외한들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찬사를 받는 영화다.

카페 아메리칸에서 연주되는 피아노곡'시간이 흐르면서(As Time Goes By)'를 들으며 애상에 빠지는 잉그리드 버그먼의 그림과 같은 모습,마지막 장면에서 안개속의 이별이 연출되는 공항,중절모에 바바리코트 깃을 여미며 사라져가

는 비행기 꼬리를 바라보는 험프리 보가트의 표정.

이 영화에 나오는 명장면들은 최근까지도 모방.리바이벌되고 있으며 다양하게 패러디등으로 변주되고 있다.이야기 주제나 음악,연출기법은 물론 여러 멋진 대사들,의상,카페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영화팬이라면 가장 많은 추억을 결부시켜 기억하

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실제로 모두 세트에서 촬영됐으나 할리우드의 마술 같은 손길에 의해 모로코의 이 작은 도시는 전쟁과 사랑의 열정이 배어 있는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령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사랑하지만 상대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떠나보내는 비극을 그린 42년작 흑백 고전.중립적인 입장에 있었으나 개인적인 사랑과 우정을 선택하는 미국인,수시로 출몰하며 주인공들을 긴장시키

는 나치요원과 경찰,전장을 피해 포화로부터 벗어나려는 유럽인들,불안에 떨면서 흥청망청 이국적 정취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미국인등 전쟁중에 모든 적대적인 입장의 인물들이 한 도시안에 공존하면서'전쟁(정치)과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주

제를 이끌어간다.

자신이 어렵사리 얻은 리스본행 비자를 사랑하는 사람과 반나치주의자들을 위해 희사하는 미국인 릭(험프리 보가트)의 고뇌에 찬 결정은 단순한 애정물 이상의 여운도 남긴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카사블랑카'에서 열연한 보가트와 버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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