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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투자 자신없을 땐…'주가지수 패키지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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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 회사원 홍민기(36)씨는 올해 주식·펀드로 3000만원을 날렸다. 고른 종목마다 줄줄이 급락한 데다 믿었던 펀드마저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는 “어떻게든 손해를 만회해야 할 텐데 이젠 종목·펀드를 고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2. 재테크라곤 예금밖에 몰랐던 정상원(35)씨는 내년엔 주식에 도전해 볼까 고민 중이다. 주가가 확 빠진 지금이 장기투자를 시작할 적기란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어떤 종목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해선 영 자신이 없다.

홍씨나 정씨 같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금융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된 펀드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장중 아무 때나 사고팔 수 있다는 게 일반 펀드와 다른 점이다. 국내 우량주가 대부분 포함된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자동차 등의 업종 지수나 해외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ETF도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증시가 불안할 땐 코스피200 ETF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 분산투자 효과 탁월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함께 나빠질 때는 언제 어느 기업·업종에 문제가 생길지 미리 짐작하기 어렵다. 이럴 땐 분산투자가 평소보다 더 중요하다. 자칫 종목을 잘못 골랐다간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훨씬 곤두박질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업이 부도날 수도 있다. 펀드에 가입하더라도 펀드매니저가 많이 사들인 종목이 급락하면 형편없는 성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이 주식, 저 주식에 분산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주요 종목을 다 살 수 없기 때문에 효과도 떨어진다.

코스피200 ETF를 사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코스피200은 거래소 우량주 200개로 구성된 주가지수다. ETF 한 주를 사면 동시에 200개 종목에 투자하는 셈이다. 삼성투신운용의 코덱스200, 우리CS자산운용의 코세프200,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타이거200, 한국투신운용의 킨덱스200이 이런 상품이다. 한 주당 가격은 24일 기준으로 1만4000원대다.

# 장기투자의 강자

ETF의 또 다른 장점은 싼 수수료다. 일반 주식형 펀드는 매년 투자액의 2~3%를 수수료로 뗀다. ETF와 운용 방식은 같고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다는 점만 다른 인덱스 펀드도 일반 주식형의 절반 정도는 받는다. 하지만 ETF는 연 1%가 채 안 된다. 코스피200 ETF는 0.5% 미만이다. 이 정도 수수료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장기투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조금씩 차이가 쌓이면 5~10년 뒤엔 누적 수익률이 확 벌어진다.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매매하지만 거래세(0.3%)를 안 낸다는 것도 강점이다. ETF에 편입된 주식이 배당을 하면 이것도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장기투자에 ETF가 적합한 이유는 또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펀드매니저도 주가지수보다 높은 성적을 매년 낼 수는 없다. 대우증권이 미국에서 ‘월가의 전설’로 불린 피터 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 펀드의 42년간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19년은 주가지수(S&P500)보다 수익률이 높았지만 23년은 되레 낮았다. 영국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ETF는 지난 20년간 나온 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것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 은행·증권사 안 권해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증권사에 가면 ETF를 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들이 수수료를 챙기는 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올해 발간한 책자에서 “수수료가 싸고 거래가 자유로운 ETF는 금융사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며 “금융사가 권하지 않는 만큼 스스로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방법은 주식과 똑같다. 먼저 증권사·은행에서 주식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의 온라인 주식거래 프로그램(HTS)이나 전화 등으로 매매 주문을 내면 된다. 거래할 때는 ETF 가격과 순자산가치(NAV)의 차이를 잘 살피면 도움이 된다. NAV는 ETF가 편입한 주식의 가치를 계산해 구한 ETF의 실질가치다. 이론적으로는 ETF 가격과 같아야 하지만 현실에선 약간씩 차이가 벌어진다. 가격이 NAV보다 낮을 때 사면 실질가치보다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


# 종류 계속 늘어

국내에 상장된 ETF는 모두 37개다. 코스피200 ETF 외에 거래소·코스닥 대표 종목 100개로 구성된 KRX100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도 있다. 자신의 선구안을 믿는다면 반도체·은행·증권·조선 등의 업종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ETF를 고를 수도 있다. 하지만 코스피200 ETF에 비해 분산투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 밖에 삼성·현대차 같은 특정 그룹 계열사 종목으로만 구성된 상품도 있다. 일본·중국(홍콩H주)·브라질 등 외국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ETF도 나왔다. 삼성투신운용 사봉하 ETF팀장은 “ETF는 주가지수의 흐름만 보면 되기 때문에 조금만 알게 되면 개별 종목보다 투자가 더 쉽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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