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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내년 플러스 성장이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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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내년 플러스 경제성장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힘에 따라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이 더 어두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건복지가족부·노동부 등 4개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든 나라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플러스 성장’은 정부의 공식 전망과는 거리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내년 경제 운용 방향에서 성장 목표치로 3% 안팎을 제시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많은 기관에서 2% 정도로 예상하지만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1%는 더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가 하향 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3% 성장’ 목표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나마 우리 사정이 낫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이 플러스 성장이 목표라고 염려할 정도로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3%대 성장 목표는 세계 경제가 2.2% 성장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11월 전망을 전제한 것이다. 그런데 IMF가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더 낮추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은 이날 삼성그룹 사장단 협의회에서 “지금 글로벌 경제 상황은 금융위기에서 실물위기로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세계 경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완만한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기가 ‘V’자형 회복을 보이지 않고 ‘U’자형 회복에 그친다면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시중 연구소들은 이 같은 ‘비관적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10월 말 전망치(3.4%)의 절반인 1.7%로 수정했고, LG경제연구원도 ‘1%대 중반’을 예상하고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3.3%로 발표했던 성장 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발표하려다 내년 1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KDI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세계 경제 여건을 반영할 방침”이라며 “수정 전망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내심으론 예상보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성장 목표치를 바꿀 생각은 없지만 국내외 지표들이 예상보다 훨씬 나빠지고 있어 경기 실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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