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런던 2층버스 다시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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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럽의 친환경 명물 2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5년 사라졌다 다시 부활하는 런던의 빨간색 이층 버스 ‘루트 마스터(Route Master·그림)’와 네덜란드의 항구 도시 로테르담에 있는 나이트클럽 와트(WATT)가 그 주인공이다.

◆루트 마스터=런던시는 명물 구형 2층 버스인 루트 마스터를 친환경 컨셉트로 다시 만들어 2011년부터 운행할 것이라며 지난 주말 2개의 후보 모델을 공개했다. BBC 등에 따르면 모두 700여 회사가 런던시의 디자인 공모에 응모했다. 최종 심사에 올라온 2개의 모델 중 하나는 버스 디자인 전문 회사 카포코의 작품으로 ‘최신 기술에 복고풍 디자인을 살렸다’는 게 홍보 포인트다. 플랫폼은 과거 모델을 최대한 살렸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크게 줄인 하이브리드카다. 다른 하나는 007 제임스 본드의 자동차로 잘 알려진 애스턴 마틴의 제작사가 디자인해 관심을 끌고 있다. 스포츠카 제작사답게 버스 치고는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이 버스에는 지붕에 태양광 집광판을 설치한 게 특징이다. 집광판을 통해 운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는 것이다. 런던시는 논의를 거쳐 하나를 선택해 제작에 들어간다.

루트 마스터는 1954년 처음 등장한 이래 런던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런던 시민은 물론 세계 관광객에게 사랑받던 루트 마스터는 운행 50여 년 만인 2005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럽연합(EU)이 “EU 국가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은 휠체어로 탑승이 가능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였다. 현재 런던에서는 루트 마스터가 아닌 현대적 디자인의 2층 버스만 달리고 있다.

◆나이트클럽 ‘와트’=로테르담에 9월 문을 연 나이트클럽 와트도 친환경 개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일간 르몽드가 최근 보도했다.

와트의 가장 큰 특징은 업소 중앙에 위치한 댄싱 플로어다. 무대가 투명한 소재로 돼 있는데 이 안에 전기를 일으키는 장치가 내장돼 있다. 춤추는 손님들이 바닥을 밟을 때마다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빠른 스텝으로 춤을 추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는 게 업소 측 설명이다. 전기 생산 정도를 표시하기 위해 바닥 색깔이 초록·빨간색 등으로 바뀐다. 이 업소에는 최대 14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한데 이 경우 클럽 필요 전력의 15%를 손님들의 춤으로 얻어낼 수 있다.

이 밖에 클럽에는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는 물탱크가 있다. 화장실에 필요한 물은 모두 빗물을 활용한다. 일회용 제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술잔은 손님들이 가져와 바에 맡겨 놓고 사용한다. 보관료는 50센트다. 남은 술은 물론 일반 음료수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음료수를 버리면 이를 정화하는 데 깨끗한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하에 절전형 대형 냉장시설도 갖췄다.

업소 측은 “다른 클럽과 비교해 쓰레기 배출은 50%, CO2 배출은 30% 정도 적다”고 주장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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