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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학 중 문 여는 학교 늘려 결식아동 돌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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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번 겨울방학엔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방학 중 급식 혜택에서 누락되는 아이들이 32만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비난이 빗발치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강구한 결과다. 24일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가족부는 국고 421억원을 풀어 올 겨울방학에 16만 명에게 추가로 무료 급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마터면 즐거운 방학은커녕 배곯는 방학을 보냈을 아이들이 때맞춰 도움을 받게 됐다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기 중 급식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방학 중 급식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맡고 있는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간 지자체가 별도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아이들이 수치심 때문에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올해 학교에서 무료 급식을 먹은 초·중·고생은 61만7000명인데 방학 중 급식 대상자는 29만400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달 초 정부가 각급 학교를 통해 무료 급식 희망자를 재조사하자 16만 명이 더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이원화된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 내년 여름방학부터는 방학 중 급식 대상자도 담임교사가 조사하게 할 방침이라고 한다. 부디 앞으로도 조사 과정에서 마음을 다쳐 차라리 굶는 쪽을 택하는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서울시가 긴급히 마련한 방학 중 방과 후 교실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학기 중 방과 후 프로그램과 유사한 보충학습을 실시하면서 급식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일단 이번 주에 방학이 시작된 초등학교의 경우 30곳이 문을 열기로 했는데 참가 학생 중 무료 급식이 필요한 아이가 25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은 방학이 되면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건 물론 종일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게 마련이다. 특히 조손(祖孫) 가정이 많은 농어촌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방학에도 더 많은 학교 문이 활짝 열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