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온 가족이 함께 가꾸는 작은 농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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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봄이 되면 내가 어릴적 살던 고향집 앞마당에는 꽃씨가 여기저기 뿌려지고 텃밭에는 고추.상추.쑥갓.부추등 각종 채소가 심어졌다.아침이면 싱싱하게 자라는 꽃과 채소들을 보면서 물주고 가꾸는 내마음은 늘 푸른색으로 가득했다.

매콤한 고추 몇개와 상추 몇잎을 바로 따서 상위에 올리고 부추 몇가닥 잘라 즉석에서 양념장에 묻혀 접시에 내놓으면 밥상은 풀냄새로 가득했다.

25년만에 고향을 떠나 결혼해 서울로 올라와 살면서도 봄이 되면 고향의 앞마당이 그리웠다.우리 부부는 언제부터인가 유난히 꽃나무가 많고 유실수(有實樹)가 있는 집을 갖고 싶어했고,사과상자처럼 층층이 서있는 아파트보다 사람사는 모습

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했다.결혼 14년만에 그런 집을 장만했다.

일요일인데도 온가족이 늦잠도 자지 않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고 마음이 들떠 있었다.늘 갖고 싶어하던 작은 농장을 만들기로 했다.상추.고추.쑥갓.파.치코리.채소를 심고 유실수를 몇그루 심기로 했다.

아침이면 물주고 가꾸어 풀냄새 가득한 밥상을 수놓을 수 있다는 꿈이 현실에 있었고 바쁘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무엇보다 싱싱한 채소를 한바구니 따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그런 정겨움을 맛볼수 있다는 생각에 가족들은 가슴이 설다.서로

나누어 먹을줄 모르는 인색함보다 콩 한쪽이라도 쪼개 나눌 수 있는 이웃이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직접 가꾸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산 교육으로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한달후면 우리집 농장은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로 우리집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 것같다.

임순옥〈서울동대문구휘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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