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조심 공직자 戒律로 -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 내용.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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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사태에서 다수의 공직자들이 한보로부터 받은 거액의 돈을 이른바'떡값'이라고 강변했다.직무와 직접적 연관이 입증되기 어려워 떡값이라고 판단될 경우 형사처벌 대상에서 면제돼온게 관례였다.

앞으로 이 관행에 철퇴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국민이 한보사태와 관련해 법체계상 바로 이 맹점에 대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감사원이 이런 국민적 공분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서 이른바 떡값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공직

자윤리법개정안을 만들어 국회 제출을 선언했다.

이 법안은 정부내 협의를 거쳐 국회 통과절차를 밟아야 한다.그 과정에서 감사원안이 축소될 수도 있고,또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국회에 원안대로 제출되더라도 약화된채 통과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떡값에 대한 국민의 의혹과 분노는 개정안을 턱없이 변질시킬 수 없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들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따라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공직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게 틀림없다.

개정안은 법에서 엄격히 정한 범위이외의 모든 금품.편의.향응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특히 공직자 가족이 받은 금품도 본인이 받은 이익으로 간주함으로써 적당히 법망을 피해갈 수도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이성호(李聖浩)전보건복지부장관이 부인 박성애씨가 김태옥 전안경사협회장으로부터 1억7천여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부인이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 것과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개정안은 미국.일본.싱가포르.독일등 부정부패방지 선진국의 예를 본떠 일단 모든 금품수수를 포괄적으로 금지시켰다.다만 공직자윤리법이 엄격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이 되기 위해 수수 가능한 범위와 액수를 명백히 규정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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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개념도 분명히 해▶화폐.유가증권등 명칭과 상관없이 자산.편익.가치를 지닌 선물.대부.수고비.보상▶모든 종류의 지위부여.채용.계약체결.대출금▶의무나 책임면제등을 폭넓게 규정하는등 빠져나갈 구멍을 원천 봉쇄했다.

개정안은 또한 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친족과 가까운 친지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받은 부조금은 신고후 제공자에게 반환하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

직무상 관련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일정액수 이상의 금품은 받지 않도록 규정한 것도 공직자윤리를 보다 엄격히 하기 위함이다.

개정안은 공무원 경조사의 초청범위도 친족이나 친지로 규정해 이외의 사람들로부터는 경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일부 규정이 너무 엄격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시민단체는 이같은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찬동하고 있어 정부나 국회가 함부로 개정안을 깔아뭉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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