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왕양 원자바오 갈등說의 본질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해 기업의 도산물결과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문제에 대한 중국 고위 지도자의 태도가 엇갈린다. 해외 언론들은 중국에 권력투쟁이 벌어진 듯이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왕양(汪洋) 광둥(廣東)성서기가 갈등설의 두 주인공이다.
먼저 왕양이 “'새장을 들어 새를 바꾼다(騰籠換鳥)' 방식의 산업 구조 고도화 정책은 확고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광둥으로 달려간 원 총리는 은근히 왕양을 비판했다.

왕양과 원자바오 지지자들은 각 성에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공청단 출신인 왕양은 후진타오 직계다. 따라서 왕양과 원자바오 사이의 갈등을 놓고 해외 언론은 중국 최고 지도자 사이에 불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여러 싱크탱크들까지 논쟁에 가세하자 일반인들은 원자바오 총리가 곤경에 처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왕양의 논조에는 문제가 없다. 게다가 후진타오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중국 경제는 조만간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제조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인 추세다.
바꾸지 않는다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형세다.

하지만 원자바오는 보다 현실적이다. 중국적 현실에서 왕양의 주장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산업 구조 고도화는 반드시 거쳐야 할 진통이지만 백성들의 원성이 비등비등한 최근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할 경우 더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바꾸지 않으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고, 바꾸면 급사할 수 있다”지만 원자바오 총리는 뒷 구절을 먼저 고려한 것이다.

중국경제 30년의 성장은 그 동안 내륙지방의 희생을 대가로 했다. 이번 경제 위기 속에서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강행해 연해지방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공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보장을 해결하지 않은 채 농민공들을 해고해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면 연해지방 책임론이 붉어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원자바오와 왕양의 입장차는 각자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배후에 계파 투쟁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왕양 역시 잘못이 없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후진타오의 생각을 충실히 이행한 것일 뿐 아니라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를 칭찬하고 있다. 원자바오도 현실에 기반해 주도면밀하게 사고할 뿐이다. 원 총리가 산업 구조 조정이 대세라는 것을 모를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지난 20일 오후 베이징 우주항공대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원 총리가 참석했다. 한 학생이 “총리님, 무척 마르셨네요. 2003년 뵈었을 때보다 흰머리도 늘었습니다”. 원 총리는 “2.5㎏ 빠졌소. 늘지 않아 걱정이네요”라 대답했다. 몸무게가 2.5㎏ 빠질 정도로 원 총리는 오매불망 나라걱정이다.

왕양과 원자바오의 산업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을 권력 투쟁으로 확대해석하긴 힘들다. 이 두 지도자를 비판하는 언론인과 학자들은 수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분명히 평론가들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